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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철밥통깨기 실험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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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 `죽음의 트라이앵글` 풀어줘라, 연구ㆍ강의ㆍ행정 철저한 업무분담 필요

카이스트(KAIST)의 `테뉴어(정년보장) 40% 탈락` 쇼크 이후 너나 없이 교수사회 개혁에 나설 태세다. 반대의 목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아 교수사회의 고질병인 철밥통이 이번엔 깨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세계 최고 대학에서 테뉴어를 받은 교수들은 "테뉴어 심사를 지금보다 더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그 이전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전제조건이 있다"고 강조한다. 기반을 닦지 않고 섣불리 심사 강화에만 매달리면 최근 개혁 분위기가 자칫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염려가 있다는 것이다.

엄격한 교수 평가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미국 명문대에서 엄격한 테뉴어 심사를 통과한 후 국내 대학에 몸담고 있는 교수들의 입을 통해 그 조건을 따져봤다.

◆ 연구와 교육 철저히 구분

= 교수사회에선 교수도 `죽음의 트라이앵글`이 주는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연구와 강의, 행정이 바로 그것이다. 서울 한 사립대 교수는 "연구를 하고 싶어도 강의 스케줄이 빡빡해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며 "나이가 들면 학과장, 학장 등 한 자리씩 차지해야 성공했단 소리를 듣기 때문에 정치적인 수완(?)까지 부려야 하는 현실"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미국은 대학마다 연구중심대학과 교육중심대학이 철저하게 분리돼 있다. 교수 평가 기준도 달라서 교육중심대학은 강의와 연구 평가 비중이 8대2 정도다. 같은 대학에서도 교수마다 연구ㆍ교육ㆍ행정으로 트랙이 나뉘어 본인 주력 분야에 80% 이상 힘을 쏟게 돼 있다. 일주일에 12시간 이상을 강의에 할애해야 하는 한국 교수들에게 미국 연구 교수들과 같은 성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다.

미국 컬럼비아ㆍ캘리포니아대학 두 곳에서 테뉴어를 받은 조장희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 소장은 "글로벌 경쟁 성패를 가름하는 원천기술이 나오려면 일류 대학들이 연구중심대학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정부가 5개 정도 대학을 연구중심대학으로 지정해 연구비를 집중 지원하면 자연스럽게 연구를 원하는 교수들이 몰릴 것"이라고 제안했다.

◆ 연봉 차등ㆍ파격 인센티브 필요

= "학문하는 선비가 가난해야 한다는 구시대적인 사고로는 안된다. 교수로 임용했으면 파격적인 경제적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92년 당시 미국 일리노이주립대가 10년 만에 테뉴어를 통과시킨 정운오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충분한 연구비 지원`을 첫 번째 조건으로 꼽았다. 미국 대학 교수들이 가혹할 정도로 엄격한 대학의 테뉴어 심사기준에 결국 수긍하는 것은 대학 측에서 시간적ㆍ경제적 지원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것.

정 교수에 따르면 연구 성과를 요구하는 대학은 우선 1년에 한 과목 정도로 교수의 강의 부담을 대폭 줄여준다. 대신 `리서치 펀드(research fund)`를 통해 강사를 영입하기 때문에 학생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는다.

우수한 교수에게 주어지는 경제적인 인센티브도 크다. 톱클래스 대학은 `스터딩 샐러리(studying salary)`가 15만~20만달러(한화 1억4000만원~1억8000만원) 정도이며, 성과가 좋으면 매년 10~15% 정도 연봉이 인상된다.

조장희 교수는 "교수 가치는 결국 연봉으로 매겨지는데, 10만달러짜리 교수가 있는 대학과 1만달러짜리 교수가 있는 대학 중 우수한 학생이 어디로 몰리겠는가"라고 반문했다.

◆ 체계적인 성과관리 시스템 구축

= 미국 대학은 보통 조교수가 된 뒤 5~6년 후에 테뉴어 심사를 한다. 여기서 최종 탈락되면 두 번 다시 기회가 없다.

그럼에도 미국 대학 교수들이 페이스를 잃지 않고 연구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는 대학의 `관리 시스템` 덕분이다. 교수들은 매년 성과에 대한 대학 측 리뷰를 받으면서 계속 연구를 할 것인지, 내 연구가 얼만큼 어떻게 부족한 것인지에 대해 계획을 짤 수 있다.

서울대 자연대도 올해부터 같은 취지의 `예비정년보장제도`를 도입해 적용하고 있다.

이런 중간평가제도는 극도로 경직돼 있는 한국 교수사회의 `노동 유연성`을 증가시키는 효과도 있다. 현재 한국 대학 사회에선 테뉴어 심사에서 탈락한 불명예(?) 교수들이 갈 곳이 마땅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테뉴어에서 탈락해도 자연스럽게 한 단계 아래 수준 대학으로 이동할 수 있는 미국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정운오 교수는 "무조건 개혁한다고 교수들을 자르기에 앞서 교수가 체계적으로 연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대학이 성과 점검을 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오세정 서울대 자연대 학장은 "앞으로 테뉴어에 뜻이 없는 교수들이 다른 대학이나 기업체 등으로 이동할 수 있는 취업 구조가 돼야 한다"며 "예비심사제도 등 대학의 중간평가가 정착되면 10년 뒤에는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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