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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정년보장 철밥통 깬 KA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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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정상급 이공계 대학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정년이 보장되는 `테뉴어(tenure) 교수' 심사에서 신청 교수 35명 중 43%인 15명을 탈락시켰다. 이들은 앞으로 1∼2년 남은 재계약 기간 안에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내지 못하면 이 대학을 떠나야 한다. 이번 무더기 탈락 사태는 교사ㆍ공무원과 함께 `철밥통'으로 불리는 교수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모든 부문에서 국제 경쟁력 강화가 요청되는 시대에 교수도 예외일 수는 없다. 우리 교수들이 연구와 강의에 더욱 매진해야 할 것이다.

KAIST 테뉴어를 신청한 교수들은 학과장과 학장들이 내부적으로 인정한 `(정년 보장이) 될 만한' 사람들이었다. 평생 `수재(秀才)' 소리를 듣던 학자들로서 이 정도면 문제가 없을 것으로 자신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무려 15명이나 탈락한 것은 연구ㆍ강의 실적과 성과만으로 심사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나이나 서열, 호봉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경쟁력을 높이는 데 이런 것들은 무용하다. 탈락한 교수 중 50대가 많고 30, 40대 교수 2명이 국ㆍ내외에서의 높은 연구 성과로 정년을 보장받은 게 이를 잘 말해 준다. `실력만이 통한다'는 서남표 KAIST 총장의 확고한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서 총장은 "세계 수준인 학생을 데리고 세계적인 대학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것은 교수들의 책임"이라고 단언했다.

서 총장은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교수들의 테뉴어 심사 시기를 `정교수 임용 후 7년 이상'에서 `신규 임용 8년 이내'로 조정하는 등 심사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1971년 개교 이후 테뉴어 제도를 시행해 왔지만 이 제도로 퇴출된 교수는 아직까지 1명도 없었다. 서 총장이 유명무실한 제도를 유명유실하게 만든 것이다. 그는 교수 중 20%만 테뉴어를 받아 정년이 보장되는 미국 하버드대와 경쟁하려면 내부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한국에서 세계적인 대학이 나오지 않는 것은 교수 간의 경쟁이 없기 때문이라고 본 것이다.

우리 교수 사회에는 정년만 보장받으면 논문을 쓰지 않아도 잘 가르치지 않아도 된다는 안일주의가 똬리를 틀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각 정당의 대선 주자 캠프에 자문교수단으로 참여하고 있는 `폴리페서'(polifessorㆍ정치를 뜻하는 politics와 교수를 뜻하는 professor의 합성어)가 수백명에 이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연구와 강의보다는 `잿밥'에 더 마음을 두고서는 외국의 대학과 교수들을 이길 수 없다. 경쟁력 없는 교수 밑에서 배우는 학생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서울대를 비롯한 국내 주요 대학들은 교수의 연구 및 강의 성과를 엄격하게 평가해 승진ㆍ정년에 반영하고 교수들을 여러 등급으로 나눠 연봉ㆍ성과급을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했거나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총장과 학장을 공모하기도 한다. 이미 틀을 갖춘 대학이라면 제대로 시행해야 하고, 틀을 갖추려는 대학은 KAIST를 귀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평가가 양(量)보다는 질(質) 위주로 이뤄져야 함은 물론이다. 아무리 많은 논문을 써도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서가의 장식용 책이나 다름없다. 이 기회에 자교(自校) 출신으로 교수직을 채우는 관행도 사라져야 한다. `순혈주의'나 `동종 교배'는 교수 사회를 더욱 더 폐쇄적으로 만들고 경쟁심을 자극하기보다는 눈치를 보게 만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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