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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학위 권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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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씨의 '가짜 학위'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유명 인사들의 '학력 위조 커밍아웃'이 잇따르고 있다. 영국에서 학ㆍ석사 학위를 받았다고 속인 채 7년간 KBS라디오의 영어 강의 프로그램을 진행해 온 학원 강사 출신 이지영씨가 고졸 학력자로 밝혀지는가 하면 인기 만화가 이현세씨가 신간 서문에서 고졸 학력을 대학 중퇴라고 속였던 사실을 고백했다. 또 '연탄길'의 작가 이철환씨도 최근 펴낸 수필집에서 학원 강사 시절 학생 유치를 위해 서울대 졸업생 행세를 했던 과거를 털어놓았다.

우선 '가짜 학위'가 통할 수 있는 허술한 학위관리 시스템이 문제다. 학위를 받았다고 내세우면 웬만해서는 확인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가짜 학위를 사는 일까지 종종 발생한다. 현재 외국 박사 학위의 경우 교육인적자원부 산하 한국학술진흥재단에 학위 취득을 신고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재단은 신고필증을 발급할 뿐 학위를 수여했다는 대학에 조회는 하지 않는다. 신고를 하지 않아도 이에 따른 불이익은 없다. 박사 학위가 이러니 학사나 석사 학위는 말할 필요도 없다. 국가 차원에서 쉽게 외국 학위를 조회할 수 있는 기관을 운영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개별 대학이나 채용 기관에서도 학위를 엄격하게 검증하는 시스템이 설치돼야한다. 신씨를 교수로 임용한 동국대나 예술감독으로 선정한 광주비엔날레도 투명하지 못한 절차로 의혹을 사고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문제가 되는 것은 실력보다는 '간판'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다. 이지영씨는 유명 어학원에서 소문난 인기 강사였다. 그는 "거짓 학력을 실력으로 극복하기 위해 남보다 더 노력했다"고 말했다. 잠도 안자고 강의 준비를 했으며 주말에는 무료공개 강좌를 했다고 한다. 누구나 인정하는 뛰어난 영어실력을 보여 줬지만 처음부터 고졸 학력을 내세웠다면 현재의 위치에 서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현세씨는 만화가 처음 히트한 다음 가진 인터뷰에서 "우쭐대는 기분에 대학을 중퇴했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한다. 이 거짓말은 지난 25년 간 마음의 짐이 됐다. "만화가라면 한 수 내려보는 풍조에서 차마 '고졸'이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는게 이씨의 설명이다. 이철현씨는 입시학원 학생들 사이에서 '서울대 출신'이라는 소문이 퍼져 "선생님을 '서울대 출신'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차마 아니라고 말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어린 아이들조차 학력으로 스승의 실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우리 시대의 뿌리깊은 '학벌ㆍ학력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는 일이 시급하다. 아울러 학력만능주의라는 허울도 벗어 던져야 한다. 학벌 위주의 사회 풍토 때문에 너도 나도 대학 입시에 모든 것을 걸고, 외국 학위라면 덮어놓고 대단한 것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가까스로 학위를 딴 뒤에는 연구에서 손을 놓는 한심한 일이 비일비재한 것은 내용(실력) 보다는 간판(학위)을 중시하는 풍토 때문이다. 국가 기관이나 기업에서 채용시 학력 제한을 철폐하는 방안이 확대돼야 하며 나이가 들어 형편이 나아진 후에라도 다시 공부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조성돼야한다. 우리는 학력과 무관하게 성공한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남보다 낮은 학력을 실력으로 극복해 일가(一家)를 이룬 사람들이다. 이들이 존경받고 우대받는 사회 분위기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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