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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사 2천만원 박사 3천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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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가짜 박사학위 매매 실태

최근 예술계에 가짜 박사들이 ‘귀신 뺨치는’ 편법으로 학위를 위조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심지어 대학가에서 이들 ‘가짜 박사’는 속칭 ‘짜가 박사’(전공과 상관없이 위조된 박사학위증을 소지하여 박사행세를 하는 자)와 ‘짝퉁 박사’(비정상 대학 · 편법으로 학위과정 또는 사설학원 등에서 박사학위증을 취득한 자)로 분류돼 회자될 정도다. 그러던 중 19일 사설 음악학원에서 돈을 주고 러시아 음대 가짜 석·박사 학위를 산 음대교수와 강사들이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그동안 국내 학위증 관련 위조사례는 많았지만 외국인과 공모, 가짜학위를 매매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예술계에서 석·박사 학위증은 대학교수 임용 시 ‘가중치’가 부여되고 ‘신분상승’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그 위조 가능성이 높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이 정착되지 않아 가짜 교수들이 강단에서 ‘판치고’ 있는 실정이다.

브로커-교수 ‘검은 거래’ ‘석사 학위증 2,000만원, 박사 학위증 2,000~3,000만원.’

최근 검찰에 덜미가 잡힌 ‘학위 브로커’들 사이에 오가는 공식 거래 금액이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는 지난 19일 가짜 석·박사 학위증을 발급해준 음악학원 겸 유학알선업체 대표 도모(여·51)씨를 구속기소했다. 러시아인 가담자 1명에 대해서는 지명수배한 상태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명문으로 알려진 블라디보스토크 소재 F대와 연계, 4~6학기 만에 학위증을 발급해 왔다. 학기당 1~2시간 등 총 10여 시간의 강의와 레슨, 1주일 정도의 러시아 현지 방문만으로 학위증을 준 것.

브로커 도씨는 이런 학위 장사로 총 25억여원을 벌어들였다. 도씨의 장사 속에 놀아난 가짜 교수는 모두 160여명.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수들은 가짜 학위증을 받지 못해 안달이라고 한다.
일부 현직교수의 경우 석·박사 학위증을 모두 받기 위해 5,000만원을 도씨에게 건넨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검찰 관계자는 “해외 박사학위의 문제점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브로커와 교수들의 결탁 사실을 밝혀낼 수 있었다”며 “이미 20여명의 교수들은 이렇게 받은 가짜 학위증을 통해 대학 교수로 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서울 소재 J대학의 한 음대 교수 A씨는 “음악계에선 외국대학 학위를 선망하는 풍조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며 “이들을 교수로 채용한 대학들이 모두 알고 있던 공공연한 비밀이 이제야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요즘 음악 대학들은 교수 채용 때 실력을 중시하지만 그보다 앞서 서류심사에 통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박사학위증 소지가 필수”라며 “심지어 실력은 되는데 학위가 없을 경우 ‘학위 문제만 해결해 오면 어떻게 해 보겠다’며 사설업체 등을 소개시켜 주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A씨에 따르면 국내 음대교수들은 대부분 석사출신이 고작이라고 한다. 때문에 이들은 박사과정 강의에 적잖은 부담도 느끼고 있다. 게다가 외국 박사 출신이 강단에 많아지자 지레 자격지심에 사로잡히기도 한다고.

간판 중시 풍조가 ‘원인’
교수들이 가짜 학위에 눈을 돌리게 되는 이유에 대해 A씨는 “‘증’만 있으면 ‘몸값’이 달라질 수 있다는 ‘환상’에 빠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교수들의 심리를 이용해 돈을 벌려는 사설업체들이 난무하고 있다. 이들은 가짜학위과정을 선전하는 학원수강 팸플릿을 무차별 배포하고 있다. 속칭 ‘찌라시’를 돌리는 것. 실제로 이런 ‘찌라시’를 보고 브로커와 연계돼 가짜 학위를 취득하는 경우가 30% 이상이라는 게 검찰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번 사건이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온 이유는 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으로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었던 학계가 이번 가짜 학위 매매 사건으로 다시 한번 치명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간판 중시 사회가 낳은 ‘가짜 박사’ 황당극”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강사 부족, 일정 등을 이유로 학위 전공을 변경해서 취득했다. 일례로 성악전공자가 유아음악교육으로 전공을 변경, 작곡석사학위로 지휘박사학위를 취득한 것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시내 유명호텔 식당을 빌려 석 박사 가운을 걸치고 가짜 러시아박사학위 수여식을 개최하는 웃지못할 코미디극을 벌이기도 했다. 게다가 이들 몇몇은 러시아를 방문한 적도 없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어를 한마디도 구사할 줄도 모르는 완전 ‘엉터리 교수’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자기들끼리 러시아음악협회를 결성해 기념 연주회도 개최하고 정기모임도 가지면서 세력을 집단화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급호텔서 ‘학위 수여식’
이런 ‘엉터리’ ‘가짜’ 교수들이 대학에서 버젓이 강의를 하고 음악계에서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해외 박사학위 취득자는 연간 1,600여명. 현행법엔 귀국 후 6개월 내에 한국학술진흥재단에 학위증 사본, 학위수여 내용, 논문초록만 신고하면 되며, 그나마 의무적으로 신고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문제다.

그러한 제도 탓에 지금까지 가짜 박사학위, 특히 해외 유령대학의 학위가 문제된 것은 한두번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 음악계까지 사태가 확산된 건 불합리한 임용 규정과 뿌리 깊은 학벌주의 탓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하지만 “이미 뿌리 깊은 오랜 예술계-브로커의 유착 관계 때문에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그들은 말한다. 또 “이번에 적발된 사례는 음악계이지만 분명 미술계 등 다른 예술 분야에서도 ‘가짜’가 판치고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외국 박사학위증에 대한 현행 검증시스템이 상당히 미흡해 학위 진위여부를 가리기 힘든 실정”이라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가짜가 ‘판치는’ 대학사회를 정비할 교육당국의 조속한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은혜 기자>kkeunna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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