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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비는 눈 먼 돈, 나눠먹기 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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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90년대 후반부터 이공계 연구개발(R&D)이 국내 산업의 미래 성장동력이라며 대학과 연구소 등에 대대적인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과학 공학 발전에 대해 갈수록 높아지는 관심에 비례해 관련 예산은 1998년 3조2800여억원에서 2005년 7조7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정부의 연구비 지원의 실태를 알고 보면 기가 막힐 일이 즐비하다. 연구비 지원에 대한 정부의 과제평가가 주먹구구 수준인데다 학계와 관련업체들의 나눠먹기가 비일비재하고 사후관리 역시 부실하기 그지없다. 또 자신들의 인맥을 통한 연구를 부추기는 등 허술하게 운영되는 일이 공공연하다.

최근에는 정부가 ‘선택과 집중’방침으로 연구비지원을 대형화하며 상대적으로 소액 지원이 줄어 연구비 선정 경쟁이 치열해져, 여기에 탈락한 소장교수들은 연구실 운영도 못하는 경우가 적지않다.

◈정부의 연구비는 눈먼 돈?=서울의 명문 이공계 대학원 박사과정 연구원 B씨(27)도 연구비 지원에 대해 냉소적이다. B씨의 연구실은 주로 ‘크리스마스 과제’를 겨냥해 정부의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크리스마스 과제’는 연말에 예산이 남아돌 경우 다음해 예산이 삭감되는 일을 막기 위해 정부부처의 산하 평가기관 직원들이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대충 심사하고 서둘러 연구비를 지원하는 관행이다.

B씨는 “연말에 나오는 정부 프로젝트는 아무래도 평소보다 따내기가 수월해 이를 겨냥해 교수가 지원서를 작성토록 한다”며 “다른 때는 1순위자에게만 배정되던 과제가 이때는 2순위자에게도 주어진다는 점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았다”고 밝혔다. 실제 최근 4개 연구과제에 대해 정부지원을 받았던 서울 시내 대학의 이공계 C교수는 4개 과제가 모두 9~12월 사이에 발주됐고 그중 3개 과제는 11~12월에 몰려있었다.

교수나 연구원들의 도덕적 해이도 심각한 수준이다. 교수들은 연구비 선정 과정에서 ‘아이템 주고받기’로 내부 거래를 하고 학맥에 따라 독과점식으로 선정을 좌지우지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또 지원자가 자신의 학맥일 경우 내용이 함량미달임에도 불구하고 침묵하는 경우도 많다는 지적이다.

민간기업에 근무하는 D박사(48)는 “평가위원인 교수는 그 다음 과제평가 때는 평가대상이 되므로 가혹하게 평가하지 못하고 침묵과 눈감아주기를 할 수밖에 없다”며 “한 교수가 낸 제안서를 다른 교수가 손을 봐 제출하기도 하고 벤처회사를 차린 평가위원은 업체의 관계자 이름으로 연구제안서를 내 연구비를 지원받기도 했다”고 한탄했다.

지방 국책연구소에 근무중인 E박사(32)는 예산을 지원하는 정부 부처 공무원들의 비전문성을 꼬집었다. E박사는 “논문 하나에 국가예산 수십,수백억이 별다른 검증없이 집행되는것을 보면 정부의 예산운용이 정말 한심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지원 프로젝트 대형화로 경쟁만 가열=인맥도 없고 연구경력도 적은 소장교수들은 기본적인 실험실 운영도 쉽지않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명제 아래 수십억~수백억 규모의 대형연구 위주로 연구비 지원이 집중되면서 개별연구자들이 연구비를 지원받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3~4년 전까지 연구비 지원신청 경쟁률은 2 대 1 정도 수준이었는데 최근에는 많게는 10 대 1에 이르고 있다.

1년전 교수에 임용된 서울의 한 의과대학 G교수(34)는 자신의 연구를 시작하지 못하고 선배교수의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연구비 경쟁에서 번번이 떨어지고, 아직 네트워크도 부족하다보니 개인연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 하고 있다. 그는 “프로포잘을 작성할때 평가자의 눈에 들수 있도록 내용을 과대포장하고 싶은 유혹도 느낀다”고 덧붙였다.

김홍국·이진우기자 archomm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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