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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불위 교수=괴수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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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미래 지도교수에 달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누가 ‘괴수’를 만들어내는가.

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 사건은 우리 과학계의 그릇된 풍토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연구 성과를 과장하고 부풀리지 않고서는 당장의 ‘돈줄’이 막혀버리는 우리 사회에서 과학자들은 조작과 비리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경험한 젊은 교수들조차, 쉽게 한국적인 풍토에 젖어든다는 사실은 더욱 충격적이다. 현장의 연구원들은 그 이유를 국내 교수 사회의 폐쇄성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학원생들이 사실상 모든 연구를 진행하고, 아이디어를 낸 논문조차도 지도교수가 제1저자 혹은 교신저자가 돼야 한다고 우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는 가장 큰 공헌을 한 연구원이 공저자 명단의 맨끝으로 밀려나거나 아예 빠져버리는 경우도 있죠. 문제는 이런 풍토를 교수들이 당연시 여긴다는 사실입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한 이공계 대학원 박사과정 연구원의 증언이다. 지난해 연구비 유용에 대한 대대적인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한풀 꺾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학생들을 시켜서 연구비 사용 내역을 조작하는 일은 다반사다. 연구비로 사적인 물품을 구입하거나, 개인 접대비에 사용하고 나면, 대학원생들은 연구를 뒷전으로 미룬 채 ‘카드깡’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지난 2001년 교수직을 떠난 모국립대학원 K교수에 대한 학생들의 증언은 믿기조차 어렵다. 학생들의 증언에 따르면 K교수는 자신의 지시에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개적인 장소에서 학생들에게 폭언과 욕설을 하거나, 심지어 손찌검을 하기도 했다.

한 번 교수 사회에 발을 들여놓고 나면, 경쟁이 없는 풍토와 견제없는 독주가 이들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준 셈이다. 교수들은 보다 많은 연구비를 끌어오기 위해, 실제 학문적 연구와 상관없는 외부 프로젝트를 끊임없이 가져오고 이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연구원들에게 돌아간다. 연구원들은 자신의 논문조차 미뤄둔 채, 프로젝트에 매달리기 일쑤다.

“어설프게 교수를 건드렸다가는 보복을 당할까 두렵고, 아예 비리를 폭로해서 교수를 (자리에서) 날리자니, 연구실 자체가 없어질까 걱정이 되는거죠.”

연구원들의 가장 큰 딜레마는 자신의 미래가 전적으로 지도교수에게 달려 있다는 데 있다. 1명의 교수가 여러 명의 학생을 거느리는 구조에서 이같은 종속관계는 피할 수 없다. 외국의 경우, 교수들의 경쟁관계가 일상적이어서, 하나의 연구그룹이 있고, 그룹 내에는 비슷한 전공을 연구하는 여러 명의 교수가 있어, 설령 한 교수의 연구실이 사라지더라도, 다른 지도교수 밑으로 들어가는 게 어렵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악순환을 극복하기 위해 석·박사급 연구원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연구실 안전법’을 대표 발의한 이상민(열린우리당) 의원은 “석·박사 연구원들은 실제 근로자와 비슷한 일을 하고 있음에도 신분은 학생으로 돼 있어 최소한의 법적 지위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석·박사 연구원들에게 근로자에 준하는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새로운 법의 발의를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이동현기자 offramp@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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