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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대학 가는 시대, 청년의 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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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십 년간 빠르게 성장해온 한국 사회는 다양한 불평등과 맞닥뜨리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과학은 불평등의 여러 현상과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한국연구재단은 지난 8일 ‘청년 X 세대갈등 X 불평등’이라는 주제로 이슈리포트를 발간했다.

한국 사회에서 청년 세대가 겪는 사회경제적 어려움은 지난 수년간 정치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였다. 오늘날 한국에서 청년문제는 청년과 다른 세대 간의 갈등으로 드러나기도 하고 청년 내부의 젠더 이슈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번 이슈리포트의 초점은 청년과 세대에 맞추어져 있으며, 특히 청년을 화두로 한 여러 불평등 및 갈등 현상에 대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진단과 제언을 담았다.

그중 최성수 교수(연세대 사회학과)는 <모두가 대학 가는 시대, 청년의 불평등>이란 제목의 글에서 대학 문제가 어떻게 청년들간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완화시킬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췄다. 최 교수는 이를 위해 대학이 어떻게 가족 배경에 따라 차별적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지, 같은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대학 생활의 경험과 결과가 출신대학, 가족배경 등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리고 학위(대졸 여부 및 출신교)에 따라 졸업 후 어떻게 다른 사회경제적 경로를 청년들이 겪는지를 최근 연구동향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아래 최 교수의 분석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 모두가 대학 가는 시대, 청년의 불평등 -- 최성수(연세대, 사회학)

▶ 누가 얼마나, 어떤 대학을 가는가?

한국에서 대학 진학 및 졸업과 관련한 교육기회 불평등 현실은 어떨까? 한국 대학교육 시스템은 상당히 서열화되어 있고 사영화(privatized)되어 있다. 중요한 또 하나의 특징은 1990년대 초중반 이후 10여 년에 걸쳐 급속히 일어났던 대학교육의 팽창이다.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OECD 내에서 청년층과 장노년층 간 대졸자 비율 차이가 압도적으로 가장 큰 나라이며, 청년층의 대졸자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다.

먼저 <그림2>는 전문대 이상 졸업 여부, 4년제 대학 졸업 여부, 그리고 입시 서열 상위 15개 대학으로 정의한 상위권 대학 졸업 여부에서 각각 나타나는 가족 배경에 따른 격차가 어떻게 변했는지 그 추세를 보여준다.

전문대를 포함한 대졸 여부 확률에서 나타나는 격차는 1960년대 출생자들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1990년도 출생자들 사이에서는 10% 이내로 줄었다. 4년제 대졸 여부로 한정해서 보면 1970년대 출생자들 이후 불평등은 급격히 약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대체로 이 감소는 1990년대 이후 있었던 대학 교육의 대규모 팽창의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럼 모두가 선호하는 이른바 명문대에 진학할 확률에서의 격차는 어떻게 변했을까? <그림2>가 보여주듯, 데이터에 따르면 큰 변화없이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 최근의 청년들이 과거에 비해 대학 진학과 관련하여 가족 배경에 따른 (불)이익을 더 크게 겪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성별 격차는 세 가지 측면 모두에서 사실상 없어졌다. 1960년대 이전 출생자들 사이에서는 대학 진학 및 졸업에서의 격차가 가족배경보다는 성별에 따라 더 두드러졌지만, 이후 완전히 역전되어 성별과 관계없이 가족 배경에 따른 격차로 수렴된 상황이다.



성별 격차의 경우 전공에 따라 더 두드러지곤 한다. 흔히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으로 표현되는 이공계 전공 여부에서 성별 격차는 위에서 기술한 변화들에도 불구하고 감소하지 않았다. 오히려 1980년대 이후 출생자들부터 남녀 간 격차가 증가하는 양상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증가세가 주로 상위권 대학의 상위계층 출신 남성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공계 전공의 사회적, 경제적 중요성이 강조되는 담론과 현실 속에서 이 추세는 가족 배경과 성별에 따른 교육 기회 불평등 양상이 기존과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족 배경에 따른 대학 졸업 여부 및 출신 대학에서 나타나는 격차가 증가하지 않았다는 것이 현재 청년들이 겪는 대학 진학/졸업에서 기회 불평등이 존재하지 않다거나 작다는 의미는 아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졸업한 대표성 있는 20만여 명 대졸자들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입시 서열과 대학 소재 지역, 국·공립대학 여부 등에 따라 소득계층 구성이 크게 다르다. <그림3>에서 최상위권 대학들의 경우가 가구소득 하위 20% 저소득층 출신에 비해 상위 20% 고소득층 출신 졸업자들이 3.5배 정도 많다면, 그 이하 주요 사립대들은 서열에 따라 2.5배 및 1.9배로 고소득층이 많다. 지방에 비해 수도권 대학들, 국·공립대학들에 비해 사립대들, 전문대보다 4년제 대학들에 고소득층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국·공립대 및 전문대의 경우 하위 소득층 비율이 상위소득층보다 높다.



<그림3>으로부터 두 가지 가능한 정책적 접근이 도출 가능하다. 하나는 상위권 대학들(그림의 왼쪽에 위치한 대학군들)에 더 많은 저소득층이 입학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저소득층이 많이 진학하는 중하위권 대학들(주로 그림 오른쪽에 위치한 대학들)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전자는 중등교육 및 입시제도를 가족 배경으로부터 영향이 없도록 더욱 평등하고 공정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후자의 대안은 저소득층이 많이 진학하게 되는 국·공립, 지방대학들 및 전문대학들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 대학생들이라고 다 같은 것이 아니다?

같은 대학에 입학한 경우에도 가족배경 등과 같이 주어진 여건에 따라 청년들 간 대학 생활의 경험과 결과가 달라진다. <그림4>는 한국에서 같은 대학(엄밀히는 대학군)에 다니는 서로 다른 소득계층 출신 학생들 간 졸업 후에 보이는 격차가 대학군들별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보여주는 그림이다. 흙수저(소득 하위20%) 출신 졸업생이 졸업 후 고소득층(상위20%)에 진입 성공할 확률이 같은 대학(군)의 금수저(소득상위20%) 출신 동기들이 졸업 후 고소득층에 진입하여 지위 유지를 이룰 확률에 비해 어떨지를 비(ratio)로 측정해 보여준다.

삼각형으로 표시된 비가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작다는 이야기이고, 1보다 낮아질수록 저소득층 출신 학생들이 같은 대학을 나왔더라도 잘사는 부모를 둔 동기들에 비해 대학 및 취업 과정에서 불이익을 겪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좌측의 입시 서열상 상위권 대학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소득계층 간 격차가 0.2 미만으로 작은 반면, 중하위권 사립대학들의 경우 격차가 0.2 이상으로 크고, 전문대 졸업생들의 경우 0.3 이상으로 부모소득에 따른 격차가 더욱 크다. 즉, 중하위권 대학들, 전문대학들일수록 가족배경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중산층 이상 부모들이 지위가 낮은 대학에 진학한 자녀들에게 직접적으로 개입, 지원하는 보완적 우위의 결과일 수도 있고, 낮은 지위의 대학들이 저소득층 출신 학생들의 필요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 대학, 명문대학의 프리미엄은 여전히 유효한가?

대학을 나옴으로써 노동시장에서 얻게 되는 금전적인 이익은 대학프리미엄이라고 불리는데, 이 대학프리미엄의 확대는 1980년대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여러 서구 산업화된 국가들에서 나타난 소득 불평등 증가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숙련 편향적 기술 변화 (skill-biased technological change)로 인해 고학력자의 수요가 증가했고 그에 따라 대졸자와 비대졸자 간 소득 격차가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한국의 경우, 학력에 따른 노동시장 격차를 숙련노동에 따른 프리미엄이라는 설명보다는 학벌(즉, 대학 학위나 출신 대학이 가져오는 상징적, 문화적 가치 그리고 학연으로 인한 이익 등)이라는 설명으로 인식해온 경향이 더 많다.

먼저 1990년대 급격한 대학교육의 확대로 인해, 이른바 모두를 위한 대학(college for all) 시대가 열리면서 대학프리미엄이 감소했다. 한편 동시에 이른바 명문대가 가지는 지위재적 가치는 더 증가했다. 대학교육의 확대로 대학진학을 위한 경쟁자들의 실질적 풀(pool)이 증가하면서 진학 자체는 쉬워졌지만 더 좋은 학교에 진학하기 위한 경쟁은 그만큼 더 격화되었고 따라서 그 지위재적 가치도 높아졌다. 그러나 그 자체가 노동시장에서 대학일반 혹은 엘리트 대학의 학벌가치 혹은 숙련가치가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먼저 고용노동부가 제공하는 통계에 따르면 고졸자 대비 4년제 대졸자의 임금프리미엄은 2000년대 초반 대비 거의 변화가 없다(2006년 1.55배에서 2019년 1.51배). 대학원졸업자의 임금프리미엄은 소폭 감소했고(2.2배에서 2.07배), 전문대 졸업자의 프리미엄은 소폭 증가했다(1.08배에서 1.2배). 같은 기간 동안 한국에서 전반적인 소득불평등은 꾸준히 감소했다. 대학프리미엄의 증가가 소득불평등 증가를 견인한 서구 사회의 사례와는 상당히 다른 양상이다. 보다 정교한 계량적 분석에 따르면 소득 및 직업 취득에서의 대학프리미엄은 급격한 대졸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감소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요약하면, 과거에 비해 현재 대졸자 청년들이 평균적으로 노동시장에서 더 열악한 상황을 겪는 것은 아니며, 학력격차가 감소한 것은 아니지만 대학의 팽창 속에 격차로 인한 불이익을 겪는 청년비율은 전반적으로 감소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세대론에 기댄 많은 담론과 현상 기술과는 달리 청년층과 40대 이상 중장년층 간 격차 역시 최근에 더 커지지 않았다.

반면 대졸자 청년들 간에도 출신대학에 따른 큰 격차가 존재한다. 수도권의 대학들과 지방 소재 대학들 간, 그리고 대학 서열 순위에 따른 소득격차가 존재한다는 점은 여러 차례 보고된 바 있다. <그림4>는 출신 계층과 관계없이 모두가 선호하는 좌측의 서열 상위권, 수도권 소재 대학 졸업자들일수록 하위권, 지방 소재 대학들 그리고 전문대학 졸업자들에 비해 고소득을 더 거두는 경향을 보여준다. 격차가 상당한 편이다.

고소득 진입률 기준 최상위권 대학(50% 이상)과 이하 상위 20개 대학들(30~40%)의 경우 프리미엄이 상당한 반면, 서울 소재 40위권 이내 사립대와 지방 거점국립대의 프리미엄이 나머지 대학들에 비해 작지만 눈에 띌 정도이고(20~30%), 나머지 대학군들의 경우 큰 차이 없이 20% 이하 수준을 보인다. 이러한 대학 간 노동시장 격차가 최근 대졸자 청년들 사이에서 유의미하게 증가하지는 않았다. 고소득 진입률이 꾸준히 증가한 유일한 집단은 전문대 졸업자들로 이는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학벌에 따른 격차가 감소한 측면도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결과는 크게 세 가지 중요한 정책적인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대졸자들 사이에서 출신 대학이 가져오는 학벌 및 프리미엄에 따른 노동시장 격차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이른바 좋은 직장으로 규정되는 대기업/정규직/유(有)노조 일자리와 그외 일자리 간 임금·소득 격차를 줄이고 이들간 이동 장벽을 없애는 개혁을 의미한다. 좋은 직장 입직시 작동하는 명문대 프리미엄이 제도적으로 학벌화되는 상황이 개선되어야 한다. 둘째, 저소득층이 많이 진학하는 국·공립대학 및 전문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대졸청년들간의 격차를 줄이고 저소득층 출신 청년들의 지위상승을 촉진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셋째, 수도권 대학의 지위가 상승하고 지방대학의 지위가 하락해 온 것은 지난 수십 년간 꾸준히 진행되어온 경향이었다. 이에 더해 지역에 거점을 둔 산업의 최근의 쇠퇴는 서울·수도권과 지방 간 대졸자들의 경험과 격차를 더욱 악화시키는 중요한 구조적 조건이다. 특히, 대졸자 청년들에게 주어지는 기대와 지방 노동시장의 조건 간 미스매치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일견 평등해 보이기에 돌파구로 흔히 선택되는 공무원 시험 역시 해결책이라기보다 격차를 악화시키는 쪽에 가깝다. 물론 이런 문제는 고등교육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지방 고등교육 및 청년의 위기가 산업, 지역, 노동시장의 문제와 교차하는 문제다. 정책적 돌파구 역시 이 둘의 교차 지점에 대한 이해를 통해 설계될 필요가 있다.

고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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