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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기본역량진단 없다 재확인… 한계대학에 회생 기회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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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 소년이 되지 않겠다. 새 정부의 현 버전에서는 더 이상 기본역량진단을 하지 않고 대학 평가를 지양하겠다. 지난해 제도개선협의회를 만들어 국회, 대학협의체, 교육전문가 등과 함께 ‘선 재정지원, 후 성과관리’라는 방향성을 갖고 있다. 오늘 이 자리에 오신 전국 대학의 기획처장님들이 의견을 주시면 세부시행과제를 만드는 데 조율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겠다.”

16일부터 17일까지 2일간 메종 글래드 호텔 제주에서 전국대학교기획처장협의회(회장 이상일, 목포대 기획처장) 하계세미나가 열리는 가운데 교육부 관계자가 참석해 새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 기조가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87개 대학 기획처장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대학을 옥죄는 교육부의 규제와 평가, 대학 재정의 개선을 위한 정책 방향, 최근 논란으로 떠오른 반도체 학과 증설 논란에 대해 다양한 질문과 의견을 쏟아냈다.

이상일 전국대학교기획처장협의회장은 “14년째 동결된 대학 등록금과 각종 정책적 규제는 대학의 재정 위기를 초래하고 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의 위기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며 “대학의 재정적 어려움을 타계하고 국가 경쟁력의 초석이 되고자 우리 협의회는 새 정부와 교육부에 국가 인재양성의 요람인 대학의 목소리에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여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전국대학교기획처장협의회가 밝힌 성명서에는 △대학이 필수 참여하는 ‘대학위원회’ 설치 △대학생 1인당 교육비를 초·중등학생 1인당 교육비 이상으로 지원 △‘법적한도 내 등록금 책정 자율성’ 요청 △대학기본역량진단 폐지 등 4가지 사항을 담았다.

■ 새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 방향은? = 첫 번째 특강에서 교육부의 송근현 고등교육정책관 직무대리는 ‘새 정부 고등교육 정책 방향’이라는 주제로 자유롭게 의견을 나눴다. 발표자료를 따로 준비하지 않고 기본역량진단, 한계대학 관리, 대학에 대한 각종 규제 완화 등을 중심으로 새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 방향을 설명했다.

송 직무대리는 “더 이상 기본역량진단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등록금 동결 정책을 통해 특수목적사업 평가를 늘린 게 사실이다”며 “재정지원제한대학 평가도 한계대학 관리로 지원하는 것도 문제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새 정부 정책기조가 파격적으로 바뀌어 특수목적사업이 만료가 되면 혁신지원사업으로 통합하는 방식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 및 재정 여건이 부실한 대학을 한계대학으로 지정해 관리하는 것도 정책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와 관련해 송 직무대리는 “그동안 재정지원제한대학이 되면 학자금과 국가장학금을 끊는 구조였다면 회생 기회를 주는 게 달라진 점이다. 이들 대학의 경우 특례조항을 둬서 3~4년 회생기회를 두고 교원확보율 자격요건 특례를 주려고 한다”며 “재정적 포인트를 둬서 경영이 어려운 대학을 한계대학으로 보고 그 규모를 전체대학의 15%를 넘기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각종 평가지표와 규제사항 등에 대한 사안도 짚었다. 송 직무대리는 “대학설립과 운영에 쓰이는 지표를 동일하게 접근하는데 설립은 진입장벽을 갖되 운영은 규제를 풀려고 한다. 교원확보율을 제외하고는 웬만해선 안 볼 가능성이 크다”며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올 하반기 10월쯤 시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등록금 문제와 관련해선 “국가장학금2유형과 연계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지방대 행·재정 권한을 지자체 이관 등에 대한 이슈를 두고선 “지자체가 지방대에 예산을 쓰겠다는 점에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부분”이라며 “이 문제도 하반기부터 협의체를 만들어서 의견을 수렴해나가고 정부안을 하나하나씩 채워나가겠다”고 설명했다.

■ 첨단학과 증원, 향후 진단과 평가 등 관련 질문 쏟아져 = 송 직무대리의 주제 발표 후 플로어에서 다양한 질문과 의견이 쏟아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인재양성을 주문한 첨단학과 신설에 대한 우려점이 거론됐다. 특히 종교계열, 예체능계열 대학들의 의견과 질문이 유독 많았다. 향후 진단과 평가 여부와 방향에 대한 언급도 눈에 띄었다.

경상권의 모기획처장은 “수도권대학이 적정규모화 계획안이 제출이 안 되었을 때 이를 요구할 것인가, 첨단학과를 신설하면 정원감축으로 볼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송 직무대리는 “수도권 대학 정원을 어떻게 가져가야할지에 대해 깊게 논의하지 못했다”며 “현 버전에서는 유지충원율을 통해 정원감축을 해나가겠다. 여기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는 구조이고, 이 예산을 지원해주고 나중에 성과가 없는 부분은 국회나 재정당국과 얘기해나가겠다. 첨단학과 신설과 관련해선 인센티브와 별개 문제다. 향후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정부가 반도체산업 인재 양성을 위해 관련학과 증원을 추진하는 데 따른 우려감도 나타냈다. D대학 기획처장은 “반도체 학과 신설이 능사가 아니다. (학과를 만들더라도) 지역사회에 필요한 인력으로 길러내야 한다”며 “정원을 준다고 해서 제대로 교육하고 운영할 수 있는 대학이 몇 군데나 될까 모르겠다. 교육용 팩이 백억 대 시설이 필요한데 인프라 투자에 대한 고려 없이 이론적 공부만 하는 인재가 양성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상용 한양대 기획처장은 첨단학과 정원을 늘리는 것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그는 “사실 반도체 전공은 대학원에 가서 한다. 새로운 학과를 늘리는 것보다는 융합이나 특별전공 또는 산업체 전문인력 강의를 통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을 검토하거나, 겸임교수를 전임으로 카운팅하는 방식 등 다른 혜택 방식으로 가는 게 중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 직무대리는 “그 말씀에 동의한다. 다만 학과 신설 부분은 일정 부분 진행이 됐다고 봐야 한다”며 “고졸 단위나 석박사 단위 등 학위 단계별로 필요한 반도체 인력 수요 부분을 고려해 해당부처와 추계를 잡아가고 있다”고 답변했다.

S대 기획처장은 교원확보율 문제를 꺼내들며 재정적 여력이 없는 상태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교원확보율에 대해 국립대를 예로 말씀하신 케이스가 사립대에도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되는지를 물었다. 송 직무대리는 “우리나라의 교원확보 수준이 다른 나라에 비하면 높은 수준은 아니다. 학령인구가 감소한다고 해서 교원확보율이 확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교원확보율은 관리를 하지 않으면 확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교원확보율 덜 보는 방식으로 하려고 한다. 보더라도 낮추는 방식으로 가려고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종교계열인 C대 기획실장은 기본역량진단 참여하지 않았으나 향후 정부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송 직무대리는 “한계대학이 아니라면 2025년부터는 혁신지원사업비를 받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며 “예체능, 종교계열 중심대학들이 다른 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하는 구조로 바뀌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한나 총신대 기획혁신본부장은 “실제 기본역량진단은 폐지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혁신지원사업평가, 재정지원제한대학 평가, 기관인증평가, 6주기 교원양성기관 역량진단 등 다양한 평가들이 있다. 이러한 평가들은 교육부, 한국연구재단, 대교협 등 굉장히 여러 부서에서 평가를 시행하며, 2024년에 실시되는 6주기 교원양성기관역량진단은 얼마 전 설명회도 개최했다”며 “교육부는 대학에 주는 다양한 평가와 부담을 종합적인 관점에서 일괄적으로 시스템이 운영, 가동되도록 다시 한번 총체적으로 검토, 수정해달라”고 의견을 냈다.

■ ‘디지털 인재 100만 명 양성’…SW교육 강화에 방점 = 정부의 국정과제 가운데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에 대해 대학들이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여기에 대한 답변으로 100만 인재 양성은 초중등을 포함해 소프트웨어(SW) 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간다는 게 교육부의 입장이다. 송 직무대리는 “특정학과 100만 명을 늘리자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분야의 범용인재를 확산하자는 취지”라며 “단기과정, 복수·부전공을 활용해 디지털 소양을 강화하자는 뜻이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일종의 교양과정을 만들 수도 있고 별로 트랙을 만들어서 설계하려 한다”며 “재정연계와 교육과정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가겠다”고 덧붙였다.

질의 응답 이후 두 번째 특강에서는 안세근 한국대학평가원장이 ‘대학평가 정책 방향’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특강 이후에는 지역협의회별 모임을 갖고 지역별 현안과 전국협의회 발전방안 제언 및 의견수렴의 시간을 가졌다.

김준환 기자 newinsight@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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