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뉴스

동생 것 빼앗아 형 주나… 교육교부금 손질에 교육계 안팎 반발
  • 공유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인쇄
  • 즐겨찾기

정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를 손질하기로 하면서 방법과 시기 등을 둘러싸고 교육계 안팎에서 반발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초·중등 부문에서는 학력격차 완화와 미래인재 양성을 위해 갈 길이 바쁜 마당에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올 전망이다.

◇ 초·중·고교 예산 대학에…법 개정 험로 예상

16일 교육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금껏 전국 교육청에 배분돼 유·초·중·고교 교육에 쓰이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대학과 평생교육 부문에도 사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 총액의 20.79%와 교육세 일부로 조성하기 때문에 세수가 늘어나면 함께 늘어난다.

국가 경제 규모는 커지는데 학생 수가 줄면서 재정당국은 교부금 산정 방식을 조정하고 사용처를 늘려야 한다며 제도 개편의 군불을 지펴 왔다.

실제로 올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전년도 잉여금 포함)은 81조2천976억 규모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안정적으로 고등교육 부문에서 쓸 수 있도록 하려면 법을 뜯어고쳐야 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은 '지방자치단체가 교육기관 및 교육행정기관을 설치·경영하는 데 필요한 재원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국가가 교부한다'고 정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공립대는 물론 사립대도 각 지역 교육청이 관할하는 교육기관이 아니므로 현행법상 교부금 지원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일단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이 지역 대학과 '공동사업'을 벌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교부금과 지자체 전입금 등 지방교육재정을 지역 대학이 연계한 사업에 투자해 지역인재 양성에 쓰이도록 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런 사업은 지역별 특성을 반영해 규모와 방식 등이 결정되므로 정부가 정책적으로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고 세부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법 개정도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현실적으로 초·중등 교원과 학부모들의 반발을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동생들 몫을 빼앗아 형들한테 나눠준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괸다'는 식의 비판이 일 것으로 보인다.

보수성향과 진보성향 교육감들이 섞인 교육감협의회도 당장 교부금을 쪼개 대학에 지원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 수업에 따른 학력격차 극복, 미래형 인재를 위한 맞춤형 교육, 돌봄 등 교육복지 강화를 위해서는 현재의 예산이 절대 풍족하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시·도교육감협의회장에 당선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초·중등(교부금)을 대학으로 이전하는 것에 대해서는 교육감(당선인)들께서 부정적"이라며 "고등교육교부금특별법을 만들든지 해서 해결할 문제"라고 말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는 "2015년에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모자라) 지방채를 6조원이나 발행했고, 각 교육청이 이를 2021년까지 상환했다"며 "올해는 특수한 경우인데 이런 아웃라이어(평균치에서 크게 벗어난 표본) 상황에서 개편을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 안정적인 고등교육 투자 필요…"현황분석·목표 설정이 먼저"

대학들은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이 국가 차원의 고등교육 투자를 늘리는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처럼 유·초·중등교육에 들어가던 예산을 끌어다 쓰는 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게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고등교육 부문 예산을 정책적으로 늘리거나 고등교육재정 관련 법안을 만드는 안을 거론하고 있다.

박정수 이화여자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전문대까지는 지역 직업인재 양성을 위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쓸 수 있게 하더라도 대학은 교육세를 개편하거나 '정면 승부'로 연간 예산을 편성·심의해 (지원) 해야지, 교부금을 쪼개서는 안 된다"고 제언했다.

이어 "초·중등 교부금도 지금처럼 (내국세의) 20.79%로 못 박지 말고 세수와 학령인구 등의 파라미터(매개변수)를 넣어 새 포뮬러(공식)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기창 교수는 "대학 입장에서는 안정적으로 지원을 받는 것, 목적을 지정하는 보조금 형식이 아니라 일반 재원인 교부금으로 지원을 받는 것이 의미가 있다"며 "국세 교육세 가운데 지방교육재정으로 들어가는 부분을 고등교육세로 바꾸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대학들도 고등교육재정 확보를 위한 법안 마련을 지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올해 대선 전, 고등교육재정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안정화하기 위해 '고등교육재정지원특별법'을 제정하고 '고등교육세'를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등록금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고등교육법은 각 대학이 최근 3년 평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1.5배까지만 등록금을 올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등록금 인상 여부를 국가장학금 지원과 연계하고 있어 사실상 재정지원을 포기하고 등록금을 올리는 대학은 거의 없다.

이런 논의에 앞서 국가 차원에서 고등교육 투자 현황을 분석하고 목표를 정하는 게 먼저라는 비판도 나온다.

재정당국이 택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쪼개기는 경영난에 시달리는 대학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수단이므로 고등교육 발전을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충분한 투자 목표와 비전 설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cindy@yna.co.kr

Copyright 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전체보기
메뉴는 로그인이 필요한 회원전용 메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