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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남, 여성비율 목표 정해놓고 女교수만 뽑는게 공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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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남성들 “양성평등 채용 목표제로 역차별”

석·박사급 인력을 대상으로 하는 채용 정보 사이트 ‘하이브레인넷’에서는 최근 ‘여성 교수 채용’이 논란이 됐다. 지난달 한 국립대가 낸 교수 채용 공고에서 생명과학부와 농생물학과 등 2개 학과가 여성 지원자만 채용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국립대의 여성 교수 비율을 2030년까지 25%로 확대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른 것이었다.

한 남성 연구자는 “가뜩이나 박사 학위자들이 적체돼 있는 분야인데 왜 내가 이런 불합리를 겪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남성 지원자들에겐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게 공정한 것이냐”는 글을 올렸다. 공고를 낸 학과의 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여교수를 뽑겠다고 하면 학교 본부가 티오(정원)를 쉽게 내줄 것 같아서 교수들이 합의해 결정한 것”이라며 “정부는 여성 교수 비율을 높이고 싶어 하고, 학교 본부는 정부에 맞추려고 하니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과거 여성의 사회 참여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도입됐던 여성 할당제·가점제 등의 ‘적극적 차별 시정 조치’들이 청년 세대 남성들의 불만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젊은 남성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미국 대통령은 초대부터 43대까지 모두 백인이었고 44대에만 흑인이었다. 그렇다고 앞으로 86대까지는 흑인만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한다면 그게 차별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느냐”는 글이 수천 명의 공감을 받았다.

채용에서의 적극적 차별 시정 조치는 공공 부문을 중심으로 1990년대 도입됐다. 1996년 김영삼 정부는 일부 공무원 채용에서 여성 합격자가 일정 비율에 미달하면 그만큼 추가 합격시키는 ‘여성 채용 목표제’를 도입했다. 2003년에는 이 제도가 남녀 모두에게 적용되는 ‘양성평등 채용 목표제’로 전환됐다. 합격자 가운데 한쪽 성별이 30% 등 미리 정해둔 비율에 미달하면 해당 성별 지원자를 그만큼 추가 합격시키는 제도다. 또 박근혜·문재인 정부는 2013년과 2017년 ‘’공공 부문 여성 대표성 제고 계획’을 각각 수립해 적극적 차별 시정 조치를 강화했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 부문에 여성 할당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2017년 종료될 예정이었던 공무원 양성평등 채용 목표제의 시한을 올해 말까지 5년 연장하면서 논란이 되자 ‘여성보다 남성이 더 혜택을 본다’고 주장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간 양성평등 채용 목표제로 추가 합격한 인원은 남성 1799명, 여성 682명으로 남성이 2배 이상이다. 다만 9급보다 상위 직급인 5·7급 채용만 놓고 보면 추가 합격한 인원은 남성 43명, 여성 165명으로 여성이 3배 이상이다. 하위 직급 채용에서는 남성이, 상위 직급 채용에서는 여성이 혜택을 본 것이다. 남성들은 “양성평등 채용 목표제가 남성들이 고위직 채용에 이득을 보는 제도였다면 여성들이 이 제도를 가만히 뒀겠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공공 부문에서는 대체로 남녀가 비슷한 비율로 채용되고 있어 지금과 같은 양성평등 채용 목표제를 지속할지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체 공무원 113만여 명의 47.9%가 여성이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실에 따르면 양성평등 채용 목표제를 운영하고 있는 공기업 13곳 가운데 지난 3년간 이 제도로 인해 추가 합격자가 나온 곳은 2곳뿐이었고 추가 합격 인원도 총 22명에 그쳤다. 나머지 11곳은 남녀 합격자의 비율이 모두 양성평등 채용 목표제의 기준 비율보다 높아 추가 합격을 시킬 필요가 없었다.

국회에서 여성 정책을 20여 년간 심의해온 차인순 전 심의관은 “공무원 양성평등 채용 목표제는 당초의 목적을 상당 부분 달성했으므로 제도의 전환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특정 직군만 여성의 응시가 적어 합격자가 적은 상황”이라며 “양성평등 채용 목표제를 지속할 필요가 있는지 올 하반기에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서울권 약대 정원 중 女大비율 46%

약대 진학을 목표로 재수 중인 윤모(20)씨는 “여대에 약대를 둔 건 남성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라고 했다. 윤씨는 “과거엔 주로 여성이 약사를 지망했지만 최근엔 남녀 할 것 없이 약사를 꿈꾸고 있다”면서 “여전히 여대에 약대 정원을 배정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여대에 설치된 약학대학·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은 20대 남성들이 대표적으로 꼽는 ‘남성 차별 현장’이다. 남성들은 “전문직 자격증을 따는 데 필수적인 교육시설이 금남(禁男)의 영역인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2023학년도 기준 이화여대·숙명여대·덕성여대·동덕여대 등 4개 여대에 배정된 약대 정원은 총 320명으로, 전국 37개 약대 모집 정원(1743명)의 18.3%이다. 비교군을 서울권 대학으로 좁히면 여대 비중은 더 늘어난다. 서울 지역 대학 약대 정원은 698명으로, 이 중 여대 비중이 45.8%에 달한다. 전남 지역 약학전문대학원 4학년 A씨는 “다른 조건이 동일했을 때 여성은 약학대학 입문자격시험(PEET) 점수가 남성보다 9점 정도 낮아도 약대에 합격할 수 있었다”면서 “한 문제 차이로 수도권과 지방이 갈린다는 걸 고려하면 약대 입시는 남성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했다.

로스쿨의 경우 전국 25개 대학 중 여대는 이화여대가 유일하다. 이대 로스쿨 정원은 100명으로, 전국 로스쿨 정원(2000명)의 5% 수준이다. 그러나 20대 남학생들은 이 역시 남성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지방의 한 로스쿨 재학생 유동현(27)씨는 “대부분 로스쿨 정원이 40~60명인 것을 감안하면 이대 로스쿨은 다른 로스쿨 두 개를 합쳐 놓은 규모”라고 했다. 유씨는 또 “젠더법을 특성화 분야로 내건 로스쿨은 전국에 이대밖에 없다. 젠더법을 전공하고 싶은 남성은 지원조차 못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여대들이 설립 취지상 학부는 어렵더라도 대학원은 남성들에게 개방하는 등 갈등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화여대 관계자는 “2009년 로스쿨 설립 인가 당시부터 여성만 모집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고 교육부 허가를 받았다”면서 “현재로선 로스쿨에 남학생을 받는 방안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헌법재판소는 여대에 로스쿨·약대 설치를 인가한 교육부 판단에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2013년 ‘이대가 여성만 로스쿨 학생으로 받는 것은 평등권과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로스쿨 준비생 A씨 등 2명이 낸 헌법소원을 기각한 데 이어, 2019년에는 약대 정원 320명을 여대에 배정한 교육부를 상대로 약대 편입 준비생 B씨가 낸 헌법소원도 기각했다.

공공부문 ‘여성 가점제’도 논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20년 충북 청주 지북A-5지구에 행복주택 500호를 건설하는 사업의 설계를 공모할 때 ‘여성 건축사가 대표인 건축사사무소’만 응모할 수 있도록 했다. 2019년 경기 화성 능동 B-1지구에 신혼희망주택 511호를 건설하는 사업도 여성 건축사사무소만 맡을 수 있도록 했다. LH측은 “다양한 설계 주체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매년 1~3개 사업의 설계를 여성 건축사사무소에 맡기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실이 정부 중앙부처와 산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최근 3년(2019~2021년)간 채용 및 각종 공모·지원 사업에서 가점제나 할당제를 적용한 경우를 조사한 결과, 답변을 보내온 255곳 중 56곳에서 여성에 대한 우대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업 등에 연구·개발비를 지원하는 ‘산업 기술 혁신 사업’의 대상을 선정할 때 연구 책임자가 여성이거나, 연구자 가운데 여성 비율이 20%를 넘으면 가점을 부여한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해 ‘한국 영화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성평등지수 가산점’을 5점까지 줬고, 국민체육진흥공단도 ‘중소 스포츠 기업 성장 지원’ 사업에서 여성 기업에 가점을 줬다.

문제는 여성을 ‘우대’하는 사업들의 수가 많지도 않으면서 남성들의 불만만 사고, 정작 여성의 참여를 늘리는 효과는 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학생 창업팀 육성 사업’을 진행하면서 전체 300팀 중 60팀(20%) 이상은 반드시 여학생이 대표인 팀으로 선발해야 한다는 규정을 뒀지만, 여성 창업팀 가운데 매년 선발되는 팀은 60팀이 넘고, ‘할당제’ 규정에 따라 선발된 팀은 없었다. 부산항만공사는 ‘중소기업 상생펀드 지원 사업’에서 전체 기금 160억원 중 20억원을 여성 기업이나 장애인 기업 등에 할당했지만, 실제 이 기금을 활용한 여성 또는 장애인 기업은 없었다.

〈특별취재팀〉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김연주 사회정책부 차장, 변희원 산업부 차장, 김경필 정치부 기자, 유종헌 사회부 기자, 유재인 사회부 기자, 윤상진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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