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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돈 쓴 대학 특성화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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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지난 2014년부터 5년 동안 3조원 가까이 투입한 CK(대학 특성화사업)와 SCK(특성화전문대학 육성사업), PRIME(산학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 등 대학 특성화사업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 맞춤 대학 특성화와 입학정원 감축 유도를 목표로 했지만, 지역 수요를 감안하지 않은 특성화학과 선정으로 일자리와 연계성이 결여됐고, 지역에 인력을 배출해야 할 특성화학과 입학정원이 다른 학과보다 오히려 더 줄었다.

지역 소멸에 대비해 지방대와 지방자치단체 간 연대를 통한 지역균형 발전이 새로운 화두로 제시되는 상황에서 막대한 국가 재정이 투입됐지만 실효성이 사실상 없었던 것이다. 대학 특성화사업의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CK·SCK·PRIME 등 특성화사업에 2조8892억 투입
2025개 특성화학과 중 지역연계학과는 41% 불과

감사원이 지난 4월 17일 발표한 감사보고서 ‘인구구조변화 대응실태Ⅳ - 대학과 지역 일자리연계 및 일자리 창출·유지를 중심으로’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2조8892억원을 쏟아부은 대학 특성화 사업이 재정 투입에 비해 사업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감사는 대학과 지역 일자리연계 분야 실태분석을 통해 교육부가 특성화사업을 추진하며 지역사회 수요를 감안해 특성화사업 지원 학과를 선정했는지, 취지에 맞게 입학정원이 감축됐는지에 초점을 맞춰 조사됐다.

감사원은 지역 일자리 수와 권역별 주력산업, 대학졸업자의 진로정보를 연계해 지역 사회의 수요가 높은 95개 지역연계학과를 산출하고 교육부가 추진한 특성화사업과 연계성을 비교했다.

특성화사업은 4년제 대학을 지원하는 CK사업, 전문대학을 지원하는 SCK사업, 지역산업과 연계가 높은 학과를 추가 지원하는 PRIME사업 등으로 5년간 추진됐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95개 지역연계학과와 특성화사업 지원학과가 일치하는지 분석한 결과, 5년간 특성화사업으로 선정된 2025개 특성화학과 중 지역연계학과는 839개(41.43%)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곧 절반이 넘는 학과가 지역사회 수요와는 동떨어져 있음에도 특성화학과라는 이름으로 지원 받았음을 의미한다.

수도권은 특성화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601개 개별학과 중 325개(54%)가 지역연계학과에 해당돼 연계비율이 50%를 겨우 넘었지만, 지방은 1424개 개별학과 중 36%인 514개 특성화학과만이 지역연계학과에 해당됐다.

이와 관련, 대학들은 감사원과 집중면담에서 “특성화사업 계획 수립 시 지역사회 수요와 연계에 대한 기준이 불분명했고, 선정평가 시 지방대의 취업 여건과 규모 등 지역 특성에 맞게 특성화학과를 선정하는 데 미흡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역사회 수요 높은 지역연계학과, 권역 평균보다 정원 더 감축
감사원 “교육부, 지역연계학과 학과별 입학정원 변동 현황 파악 안해”

특성화사업의 또 다른 목표는 지역사회 수요가 상대적으로 낮은 학과의 정원 감축을 유도해 특성화사업과 대학의 구조조정 정책이 병행 효과를 발휘하는 데 있다.

따라서 대학의 비교우위 분야 중심 특성화를 통해 지역 사회와 연계하는 사업에 참여하는 특성화학과는 정원 감축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 또한 목표와 동떨어진 결과를 보였다.

감사원은 보고서에서 “교육부는 대학별 총 감축 인원만 관리할 뿐 학과별 감축 인원은 대학 자율에 맡기는 등 지역연계학과 또는 특성화학과의 학과별 입학정원 변동 현황을 파악하지 않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는 조사 결과에도 드러났다. 약학계열을 제외한 87개 지역연계학과 중 27개 학과 입학정원이 권역 평균보다 더 많이 감축되는 등 입학정원이 적절히 관리되지 못했다. 특성화학과 지원을 대신해 지역과의 연계성이 떨어지는 학과의 정원 감축을 유도했지만 정작 지역연계학과 정원이 줄어든 것이다.

특히 권역별로 수도권(15개 중 3개 학과)과 대전·충남(13개 중 2개 학과)을 제외한 나머지 6개 권역 모두 권역 평균보다 더 많이 감축한 지역연계학과 비율이 30% 이상에 이르는 등 지방대에서 지역연계학과 입학정원을 더 많이 감축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지방 지역연계학과의 입학정원이 수도권 보다 더 많이 감축된 이유는 학령인구 감소와 청년층 유출로 입학 자원이 급감한 지방대가 지역연계학과임에도 입학정원을 더 많이 감축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대학이 지역 수요를 감안하지 않은 채 특성화학과를 선정한 점도 지적됐다. 특성화사업 지원학과 중 권역 평균보다 입학정원을 더 많이 감축한 비율이 권역별로 각각 20%(전북),∼37%(세종·충북)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 취지와 배치되는 예산 배분
‘지역 전략’ 분야 예산 전체 11% 불과

감사원은 특성화사업이 이같이 당초 취지와 목표에 못미치는 성과를 보인 원인에 대해 CK사업의 경우 지원 분야 중 지역 전략 산업과 연계한 특성화를 추진하는 ‘지역 전략’ 분야 예산이 가장 적게 배분된 점을 꼽았다.

지난 2014년 CK사업 협약 시 지원예산 현황에 따르면 ‘대학 자율’ 분야는 전체 예산의 64%, 학문 균형발전을 위한 ‘국가 지원’ 분야는 25%인 반면, 지역 전략 분야 예산 비율은 11%에 그쳤다. 사업 예산 배분이 애초 사업 취지와 어긋나게 설계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사업에 참여한 대학들은 “지역 전략 분야 예산이 적은 관계로 지역연계학과를 대학 자율 분야로 신청했으나 선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보고서에 특성화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사업을 수행한 대학과 집중면담 내용뿐 아니라 유관 학회의 의견도 덧붙였다.

한국교육행정학회는 “교육부에서 특성화사업을 추진하면서 특성화학과 선정기준 등에 대한 정의가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며 “향후 교육부에서 유사한 사업 추진 시 분산‧산발적인 현재의 대학 지원체계를 통합 조정하고 재정지원을 예측할 수 있도록 사업을 재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대학들 또한 “교육부에서 입학정원 감축 정책에 대학 자율성을 확대한 결과 상대적으로 신입생 충원율이 높은 수도권대학은 입학정원 감축의 필요성이 적었던 반면 입학자원이 급감한 지방대는 지역연계학과임에도 입학정원을 더 많이 감축할 수밖에 없어 수도권과 지방대 간 불균형이 심화됐다”고 밝혔다.

대규모 대학 재정지원사업
목표와 기준 맞춘 면밀하고 종합적인 사후 검증 필요

감사원은 이번 감사를 진행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첫째는 교육부와 기존 연구기관 보고서 등에 지역 사회의 수요가 높은 학과에 대한 정의나 기준에 대한 논의조차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둘째로는 교육부가 지역 사회의 수요가 높은 학과를 대상으로 특성화 사업이나 정원감축을 추진했는지, 이로 인해 대학과 지역 일자리 연계가 실제로 강화됐는지에 대한 종합적인 실태 분석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제시했다.

막대한 국가재정이 투입된 대학 특성화사업을 시행하는 정부 부처가 면밀한 검토와 평가를 거치지 않고 무분별하게 사업을 수행하고 예산을 집행했음을 비판한 것이다.

특성화사업은 현재 대학혁신지원사업으로 통합돼 올해 2주기 사업이 시작된다. 또한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에 대응해 지역혁신플랫폼과 디지털 혁신공유대학 사업 등 매년 수천억원의 국비가 지원되는 굵직한 사업도 대학을 중심으로 속속 확대되고 있다.



교육부는 아프지만 감사원의 특성화사업에 대한 지적을 달게 받아들여 국가재정을 투입하는 목표와 기준을 명확히 하고, 성과 중심으로 특성화사업에 대한 효과를 종합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이번 보고서에 담은 관계기관 의견을 통해 “이번 감사원의 실태분석 결과를 참고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대학 특성과 지역사회 수요, 미래산업 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대학과 지역 일자리연계가 강화되도록 정책을 설계하고, 향후 특성화사업 추진 시 정부의 경제·산업정책 및 지역의 산업 수요 등을 고려하며 사업성과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승환 기자 lsh@d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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