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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국립대 교수 채용 비리 논란… 해법 키워드는 제도 공정성·학계 양심·징계시효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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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지성의 산실’ 국립대에서 교수 채용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실인사와 학연, 지연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좁은 학계 풍토, 학내 견제 기능의 부재가 원인으로 꼽힌다. 교수사회에서는 학계의 양심과 함께 엄격한 친인척 제척과 같이 공정성을 갖춘 제도 강화가 어우러져야 채용 비리를 근절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 국립대 교수 채용 비리 의혹 천태만상 = 교육자이자 국가직 공무원인 국립대 교수는 채용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다른 직업보다도 엄격하게 요구되지만 현실에서는 채용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가장 최근에는 강원도 한 국립대에서 해당 학과에 20여 년간 재직한 명예교수의 딸은 강사, 아들은 전임교수로 합격하고 또 다른 명예교수의 아들도 강사로 채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다만 지난달 중순 전임교수로 합격한 아들 A씨는 경력 입증 자료 부족으로 합격이 취소된 것으로 지난 3일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해당 대학 관계자는 해당 학과에 재직한 명예교수의 딸은 강사, 아들은 전임교수로 합격하고 또 다른 명예교수의 아들도 강사로 채용됐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보도한 언론사가 문제제기하는 근거 자체가 잘못된 게 많아 정정보도를 청구하고 다음 주 중 사실관계를 정리해 언론사에 배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대전의 B 국립대에서는 지난해 6월 인문대 한 학과 소속 내부 심사위원 C 교수가 외부 심사위원인 D 교수를 접촉해 특정 지원자를 잘 봐달라고 했다는 청탁 의혹이 불거졌다. 이 대학은 교수 심사 채용 시 내부 의원과 외부 위원 명단은 기밀로 하고 있다. B 국립대는 해당 학과에 대한 교수 공채를 중단하고 자체 감사를 벌여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와 관계자들에게 결과를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B 국립대 감사 관계자는 감사 결과에 대해 “특정 감사라 수감인과 당사자들한테만 감사 결과가 공개된다”며 “채용 비리 관련 의혹이 관련 증빙 없이 제기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만 말씀드린다”고 설명했다.

대전의 또 다른 국립대인 E대학에서는 교수 채용을 대가로 뇌물과 골프 접대를 받은 이 대학 소속 교수들의 유죄가 지난달 대법원 판결로 확정됐다. 이 대학 교수들은 피해자에게 교수 채용의 대가로 지난 2014년부터 1억 2000만 원 상당의 현금과 상품권 등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이에 대해 이 대학 관계자는 “구성원의 불미스런 사고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재발방지를 위해 작년부터 시행해온 전 직원 청렴과 도덕성 강조를 내용으로 하는 윤리헌장을 연초 시무식에서 선포했다”고 말했다.

경북 지역의 한 국립대에서는 지난해 이 대학 한 학과 교수들이 특정 지원자를 뽑기 위해 심사 기준까지 바꿨다는 채용 비리 의혹이 불거졌다. 대구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달 이 대학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이 대학에 대한 국정감사 당시 자료에 따르면 3차 실기시험 평가에서 교수 2명이 심사 후보 3명 중 이 대학 출신 후보에게 만점인 30점을 주고 다른 대학 출신 후보들에게는 최하점인 6점과 12점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심사 결과 이 대학 출신 후보가 평균 점수 27.33점을 받아 교수로 임용됐지만 나머지 두 지원자는 각각 12점, 18.67점을 받아 탈락했다. 대학 관계자는 “아직까진 채용과정에서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수사 중이라 수사 결과에 따라 합당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 ‘교수 채용 비리 의혹’ 끊이지 않는 잡음 왜? = 국립대 교수 채용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 원인으로 학연이나 지연 등 각종 연줄을 중시하는 학계 풍토와 채용 과정에서의 느슨함, 대학 내 견제 제도 부재가 제시된다.

박중열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 위원장(전남대 국문과 강사)은 국립대 교수 채용 비리 논란이 빈발하는 원인에 대해 “우리나라 학계가 지연이나 학연이 많이 작용한다”며 “대학은 다른 일반 공적 기관과 달리 오랫동안 학계에서 연구를 해온 사람들이 교수 채용에 응시하는 거라 아무래도 바깥에서 잘 보이지 않는 정실, 지연이나 학연이 굉장히 작용을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과든 교수들이 본인 출신 대학 후배들한테 자리가 날 것 같으니 준비하라고 언질을 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교수 채용 과정에서 평가에 심사위원의 가치 판단이 개입될 소지가 크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된다. 박 위원장에 따르면 교수 채용 과정은 크게 학위와 논문 편수 등을 통해 해당 분야를 가르칠 수 있는 적합한 사람인지 여부를 따지는 ‘전공 적합성’ 평가와 누가 더 잘 가르칠 수 있는 학자인지를 따지는 ‘전공 수월성’ 평가로 나뉜다. 이 때 2차 평가에 해당하는 전공 수월성 평가는 학계 전문가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정성평가인데 이 과정에서 점수차가 많이 발생한다. 평가 기준이 엄밀하게 정해져 있지 않다 보니 학연과 지연 등이 개입한 정실인사가 생길 확률이 크다는 뜻이다.

박 위원장은 또 “아무래도 심사위원들은 해당 학과 교수들과 잘 아는 사이일 테고 학과에서 이 사람을 뽑길 원한다는 신호를 심사위원한테 줄 수도 있다”며 “블라인드 채용을 한다해도 누가 누군지 다 아는 구조라 유명무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래 교수 지원자는 그 대학과 오랫동안 인연을 맺은 경우가 많다”고도 했다.

친인척 채용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 부재도 문제로 꼽힌다. 최승기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강원대 분회장은 “내부적으로 친인척 교수 채용을 지양하는 문화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개별 학과 차원을 넘어 친인척 채용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국립대 교수 채용 비리의 고리 끊어내려면 = 결국 반복되는 국립대 교수 채용 비리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선 교수 채용 심사과정에서 엄격한 친인척 제척과 같은 제도의 공정성 강화와 학계의 자정 노력, 법적으로는 채용 비리 징계 시효 연장 등 삼박자가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교수 채용 시 지원자와 특수 관계의 심사위원 제척 기준을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남중웅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동조합 위원장(한국교통대 교수)은 교수 채용 제도가 공정성을 갖추기 위한 제1 조건으로 ‘투명성’을 꼽았다. 남 위원장은 “대학 채용 심사위원이 지원자의 지도교수, 연구논문 공동연구자, 친인척 등 특수 관계일 때 제척 기준을 확립하고 만약 심사위원과 특수 관계인 지원자가 교수로 채용될 경우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국민권익위의 실태조사 결과 일부 국공립대학은 공공기관임에도 채용 심사위원이 지원자의 지도교수, 연구논문 공동연구자, 친인척 등 특수 관계일 때 제척 기준이 마련돼있지 않거나 기준이 있더라도 학교마다 제각각 적용해 채용 공정성이 저해될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심사위원 구성에도 최소 인원 수 규정이 없고 내부위원과 별도로 외부위원을 관리하지 않아 심사 객관성과 공정성 확보가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권익위는 교수 채용 시 지원자와 특수 관계의 심사위원 제척 기준을 정하고 이해충돌 사유에 해당할 때 회피·기피 신청, 불이행 시 징계 등 제재 근거를 법령에 두도록 교육부와 국공립대학에 권고했다.

채용 비리에 대한 징계 시효 연장을 통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실제로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의원이 전국 11개 국립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징계시효 도과로 처분하지 못하고 자체종결된 사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징계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교수 52명과 조교 1명이 자체종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에는 채용부정행위로 징계받은 교수도 포함돼 있었다.

강득구 의원은 “교수의 비위 사유가 중징계에 해당되지만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처벌하지 못하는 것은 큰 사회적 문제”라며 “징계처분 강화와 대학 내 자체감사 등을 통해 비위를 저지른 교직원에 대해서는 중과실에 따라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교육공무원법 및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징계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3년이 지나면 징계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다만 지난 2018년 성비위의 경우 징계시효가 10년으로 개정됐고 2020년 12월 연구부정행위 징계시효 역시 10년으로 개정됐다. 채용 비리 징계시효만 개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강득구 의원실 관계자는 “채용비리에 대한 징계시효 연장 법안도 고려 중”이라면서 “현행 징계 시효 3년이라는 게 졸업 전까진 학생들이 폭로가 어려운데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하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채용비리 징계시효를 연장하는 쪽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은 학자들의 양심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중열 위원장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채용 절차를 마련한다 해도 운영하는 사람의 문제이지 않을까 싶다”며 “교수사회 내부의 자정 노력과 함께 학계 종사자들의 양심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장혜승 기자 zzang@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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