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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금 퍼주는 고등교육 예산, 이대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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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인구 급감과 급격한 사회 변화로 대학은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획기적인 재정 지원과 투자가 절실하다. 하지만 고등교육 예산 중 국가장학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높다. 40%에 가까운 예산을 국가장학금에 쏟아붓다 보니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실질적 예산 지원은 축소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는 곧 대학의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고, 곳곳에서 지표로 증명되고 있다. 대학 관계자들은 고등교육 예산 편성시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하고,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등을 통해 고등교육 예산의 절대 규모를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10년 새 국가장학금 지원 예산 큰 폭 증가
정부 전체 예산 대비 고등교육 예산은 감소세

교육부의 2022년 예산 중 고등교육 분야 예산은 전년 대비 7554억원 늘어난 11조9009억원이다. 하지만 12조원에 육박하는 고등교육 예산의 40%인 4조6557억원은 국가장학금 예산이다.

고등교육 예산 증가액의 87%인 6621억원도 국가장학금 증가분이다. 결국 국가장학금을 제외하고 고등교육 발전을 위해 쓰일 예산은 전체 예산의 60% 정도인 7조원. 예산 증액 또한 1천억원이 채 되지 않는 셈이다.

한국교육개발원 ‘정부의 고등교육재정 투자와 향후 과제’(KEDI BRIEF 2020년 20호)에 따르면 고등교육 예산 중 국가장학금 등 학자금 지원 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8년 6% 수준인 약 4431억원이었지만 2018년에는 44.6%까지 증가해 약 4조3천억원대가 됐다.

이후 국가장학금 예산은 2019년 3조9986억원, 2020년 4조18억원, 2021년 3조9946억원 등으로 3조9천억원에서 4조원대 초반을 유지했지만 올해는 4조6557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과 중산층 자녀의 반값등록금을 실현한다는 표면적인 이유도 있지만, 20대 대통령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 성격이 짙다는 비판도 강하게 나온다.

이처럼 국가장학금 예산 비중이 계속 늘어난 것과 달리 정부 전체 예산 대비 고등교육 예산은 2008년 4.0%에서 2018년 2.6%로 감소했고 2022년에는 1.97%에 그쳤다.

국가장학금 예산 6600억 늘었지만 대학교육·학술연구 예산 감소

전체 예산 대비 고등교육 예산 규모는 감소하는 반면 국가장학금 예산 비중이 40%에 달한다는 것은 그만큼 대학 발전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의 예산 지원 의지가 약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교육부의 ‘2022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개요’ 부문별 주요 편성사업을 보면 일반대의 ‘대학교육 역량강화’ 예산은 5117억원으로 전년 5395억원 보다 278억원 줄었다.

세부적으로는 대학 온라인강의 지원 예산이 180억원에서 62억원으로 118억원 줄었고, 교원양성기관 교육 역량강화 예산도 50억원 감액됐다. 대학평생교육원 강좌 개설 지원 예산도 전년 49억원에서 8억원으로 6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학술연구 역량강화 예산도 전년 9550억원에서 올해 9382억원으로 168억원 감소했다. 한국학 진흥과 사회과학 연구지원 예산이 각각 5억원, 15억원 줄었고, 개인기초연구 예산도 지난해 674억원에서 올해는 284억원으로 390억원 감소했다.

일반대 대학자율 역량강화 예산은 대학혁신지원 999억원, 지역혁신플랫폼 730억원 증가 등으로 전체 예산은 1670억원 늘었다. 하지만 4단계 두뇌한국21 사업의 경우 77억원이 줄었다. 대학구조개혁 지원 예산은 15억원, 폐교대학 종합관리사업 예산도 17억원 각각 감소했다.

대학교육 경쟁력 64개국 중 47위
연구영향력 · 졸업생 평판도 낙제점

국가장학금 중심으로 확대된 정부 지원 예산으로 인해 대학에 대한 실질적 지원과 투자는 오히려 감소해 재정 투자의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 하락은 ‘필연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12월 2일 발표한 ‘한국 대학 경쟁력 국제비교’ 분석 자료에 따르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세계경쟁력보고서에서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는 2018년 27위에서 2021년 23위로 상승했지만 교육경쟁력은 25위에서 30위로 하락했다. 특히 IMD가 올해 실시한 조사에서 대학교육 경쟁력은 64개국 중에서 47위를 차지해 하위권에 머물렀다.

세계대학평가 결과에서도 이같은 경쟁력 하락은 극명하게 드러난다. 전경련이 글로벌 대학평가기관인 영국 QS의 ‘World University Rankings’와 중국상해교통대의 ‘Academic Ranking of World University’의 종합순위 300위 내 대학을 분석한 결과, G5(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 국가와 한국, 중국을 더한 7개국 중 한국 대학 수가 가장 적었다.

QS 조사에서 종합순위 300위 내에 속한 대학 중 한국 대학은 9곳으로, 7개국 중 프랑스와 함께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 대학 9곳 중 6곳의 올해 순위는 전년보다 하락했다. 상해교통대 조사에서도 300위 내에 속한 한국 대학의 수는 6곳으로 최하위였다.

우리나라 대학의 우수논문 생산실적과 연구영향력도 선진국에 비해 낮았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학술지 네이처(Nature)와 사이언스(Science)에 논문 게재 실적이 높은 세계 300위 내 대학 중 한국 대학은 5개에 불과했다. 세계 최고 권위의 노벨상과 필즈상을 수상한 연구업적을 보유한 한국 대학도 글로벌 300위 내에 하나도 없다.

대학 구성원과 졸업생에 대한 평판도 선진국에 비해 저조했다. 교수와 졸업생에 대한 평판도가 높은 글로벌 300위 내 한국 대학 수는 각각 7개, 9개로 미국의 54개, 43개에 비해 크게 적었다. 국제화 수준도 비교열위로 나타냈다.

외국인 교수비율이 높은 글로벌 300위 내 대학 중 한국 대학은 한 곳도 없었고, 외국인 학생 비율이 높은 글로벌 300위 내 대학 역시 한국 대학은 한 곳뿐이었다.



고등교육 공교육비 GDP 대비 0.6%
학생 1인당 공교육비도 OECD 평균 66% 수준

대학 경쟁력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정부의 고등교육 투자는 답보 상태다.

교육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OECD 교육지표 2021’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의 고등교육 부문 공교육비 중 정부의 재원 비율은 GDP 대비 0.6%로 OECD 국가 평균인 0.9%에 못 미치고 있다. 고등교육의 학생 1인당 공교육비도 1만1290달러로 OECD 국가 평균 1만7065달러의 66% 수준에 불과하다.

흥미로운 것은 무려 12년 전인 2010년에도 고등교육 부문 예산은 GDP의 0.6%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지난 2010년 11월 교육과학기술부는 “고등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20년까지 고등교육에 대한 예산투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1% 수준으로 높이는 내용의 ‘고등교육 재정투자 10개년 기본계획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12년이 지난 현재 바뀐 것은 없다.

국가장학금 · 국립대 지원 예산 떼면 대학 지원 태부족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통해 재정 확충해야”

교육계에서는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교육 경쟁력 약화 등 당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고등교육 재정을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반상진 전북대 교수는 지난해 8월 열린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서 “우리나라 고등교육 예산은 경직적인 구조로 인해 실질적 투자액이 감소하는 추세다. 2021년 고등교육 예산은 11조1455억원으로 2020년 10조8330억원보다 3125억원 증액됐지만 국립대 운영지원비 3조8348억원과 국가장학금 지원비 4조1861억원을 제외하면 3조1246억원이 남는다. 이 예산 규모로 전국의 대학을 지원해야 하는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반 교수는 (정부 재정지원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대학은 등록금 수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하고 “결국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통해 고등교육 재정을 확충해야 한다”며 “GDP 1.1% 수준의 정부 부담 고등교육재정을 확보한다면 지난 2020년 기준 10조8330억원이었던 국고지원 규모는 OECD 평균 수준인 21조1695원 수준으로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서동용 의원도 “고등교육의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제도적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지난 2007년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안이 최초 발의된 이후 14년이 지났다”며 “고등교육의 위기가 곧 국가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등교육의 경쟁력과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재정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서 의원은 지난해 10월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고등교육을 위한 교부금으로 책정하도록 하고, 교부금 총액은 국내총생산(GDP)의 1.1% 이상이 되도록 하는 내용의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대학 진학률 70%, 사립대 절대적 비중 감안
정부 차원 안정적 고등교육 재정 확보 노력 필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통해 내국세 일정 비율을 연동해 재정지원을 하는 방안과 관련,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 2019년 12월 펴낸 ‘고등교육 정부재정 확보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사립대학이 약 84%에 이르는 우리나라에서 사학에 교부금을 지급하는 방식에 대한 논쟁이 있을 수 있으나, 고등학생의 대학 진학률이 69.7%인 점을 감안하면 국가 차원에서 고등 인재양성을 위해 안정적인 재정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려 가능한 방안”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한 “학령인구 감소에 의해 초·중등교육재정의 적정성을 재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초·중등교육재정 축소가 가능하다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의한 교부세율을 조정해 조정분을 고등교육기관 투자 재원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이 방안의 경우 초·중등교육 이해관계자와 시·도 교육감들의 이해와 설득이 중요하다는 점도 부연했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외에도 고등교육법을 개정해 고등교육재정의 비율과 예산확보 방식, 예산 운영 계획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거나, 5년간 한시적으로 고등교육 여건 개선을 위한 집중 투자에 나서는 고등교육지원특별법 제정 등도 제안되고 있다.

아울러 지방대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 맞춰 광역·지방자치단체뿐만 아니라, 기초단위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고등교육기관 재정 및 시설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합법성을 부여하는 (가칭)‘지방자치단체의 고등교육기관 투자촉진조례’ 제정도 해법으로 나온다.

각종 규제 완화 통해 대학 자율성 확보
국가장학금 확대 따른 부작용 해소 방안도 마련돼야

대학의 자구 노력에 의한 고등교육재정 확보를 위해 정부의 제도적·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힘을 얻는다.

대학 재정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등록금은 14년째 동결 상태이고, 정부의 제도적 제한이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각종 규제를 완화해 대학이 불필요한 재원을 교육 이외 분야에 지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고등교육재정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재정과 회계, 세금, 기부금 제도 등에 대한 합리적이고 유연한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고등교육 예산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장학금 확대에 대한 정책적 보완 주장도 나온다.

서영인 한국교육개발원 고등교육제도연구실장은 ‘정부의 고등교육재정 투자와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국가장학금 정책은 매 학기 학자금 지원 소득구간의 변동에 따라 소득구간에 대한 신뢰도 저하 문제가 제기되고 있어 보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실장은 이어 “학자금 대출 정책도 대출 채무로 인한 신용유의자 증가, 청년층의 가계부채 문제 악화와 같은 경제적·사회적 문제를 지원할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승환 기자 lsh@d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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