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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위기는 여전히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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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학년도 대입 지표를 통해 지방대 위기가 우려가 아닌 현실로 극명하게 드러났다. 교육당국은 올해 내내 지방대 위기 극복을 위한 다양한 정책적 처방을 내놓았지만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미흡하다.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학령인구 감소, 우리 사회에 만연한 수도권 선호와 수도권-지방 간 불균형에서 촉발한 문제이기에 더욱 그렇다.

당면한 지방대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올해 정부가 수립한 다양한 유관 정책과 사업을 기반으로 한 범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입법부 또한 지방대 위기가 단순히 대학의 위기를 뛰어넘어 지방소멸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음을 인지하고 보다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관련 법 개정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국회의 노력에 더해 위기의 주체인 대학과 지방자치단체의 자구 노력 또한 요구된다.

코앞 닥친 지방소멸 위기…30년 후 전국 시 · 군 · 구 절반 사라질지도
2020년, 경남 20대 청년 1만6천여명 지역 떠나

행정안전부는 지난 10월 18일 전국 시·군·구 중 89곳을 인구감소 지역으로 지정, 고시했다. 정부가 직접 인구감소 지역을 지정한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지방소멸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정부는 인구감소 지역이 소멸 위기를 탈출할 수 있도록 재정적·행정적 지원에 주력할 방침이지만 가시적인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30년 뒤 전국 시·군·구 절반이 사라질 수 있다는 자료도 제시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서동용 의원(더불어민주당,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이 지난 10월 20일 발행한 ‘2021 대한민국 격차지도 - 지방소멸의 위기와 지역격차’ 정책자료집(이하 정책자료집)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229개 시·군·구 중 올 8월말 기준 지방소멸위험지수가 0.5 미만인 곳은 절반에 가까운 107개(46.7%)로 나타났다.

지방소멸위험지수는 한 지역의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으로, 이 지수가 0.5 미만이면 30년 뒤 해당 지역이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107곳이 30년 후면 인구가 없어 없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으로 이주하는 청년층의 지역 이탈도 가속화되고 있다. 서 의원이 통계청의 국내인구이동통계를 재구성 한 것에 따르면 20대 청년층의 수도권 순이동인구는 2020년 8만1442명 늘었다. 반면 같은 해 경남 1만6420명, 경북 1만5662명, 전남은 1만994명의 20대 청년이 지역을 떠났다.

인구 감소 맞물려 지방대 위기 심화
대학 등록률 크게 하락…전문대는 더 심각

지방소멸은 곧 지방대 존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수도권으로의 인구집중과 지방 소멸, 서울 등 수도권 대학 선호현상이 맞물리면서 청소년과 청년들조차 지방에 정착하려 하지 않고, 자연 지방대에 입학하는 학생도 줄어든다. 대학 입시 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학령인구 감소 영향이 가장 크게 나타난 2021학년도 전체 대학의 신입생 충원율은 91.4%로, 미충원 인원은 4만586명이었다. 이 중 비수도권 대학 미충원이 3만458명이었다.

전국 시·도별 4년제 대학의 등록률도 크게 하락하는 추세다. 전국 모든 대학이 90% 이상의 등록률을 기록했던 2020학년도와 달리 2021학년도에는 강원과 경남, 경북, 전북의 등록률이 90%에 미치지 못했다. 강원과 경남의 등록률은 전년 대비 10%p 떨어졌고, 특히 경남은 85%의 등록률을 기록했다.

지방 소재 전문대의 위기는 더욱 심각하다. 2020학년도에 93.5%였던 정원내 모집인원 기준 신입생 등록률은 2021학년도에는 84.4%로 떨어졌다. 대전과 충북, 충남, 부산과 제주 소재 전문대의 평균등록률은 70%대를 기록했다.



지방 대학 중도탈락률 수도권보다 2%p 높아

지방대는 학생 이탈도 걱정할 처지다. 중도탈락률은 지방대가 수도권 대학에 비해 훨씬 높다. 교육부의 ‘제2차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지원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에 따르면 2019년 수도권 대학 학생의 중도탈락률은 3.5%인 반면 비수도권은 5.4%로 2%p 가까이 높았다.

지방대의 지원자 부족 문제는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2021학년도 입학정원이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미달 인원이 2022년부터 매년 증가해 2024년에는 10만명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정책연구보고서 ‘대학 위기 극복을 위한 지방대학 육성방안’에서 2024년에 지방 10개 대학 중 1개 대학은 신입생 충원율이 50% 미만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대부분 대학이 등록금으로 재원을 충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대가 신입생을 충원하지 못하면 재정난은 가중된다. 자연 학생을 위한 교육과 연구환경 조성에 소홀할 수 밖에 없고, 이는 곧 대학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진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학은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외면받고 급기야 존폐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지방 소재 대학은 그 지역의 경제·문화·복지의 중심으로 인재 양성이라는 역할 그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대학으로 인해 지역의 교육이 활성화되고 경제 성장에도 보탬이 된다는 점에서 대학의 존폐는 지역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교육부, 지방대 육성․·․학령인구 감소 대응 정책 등 잇달아 발표
당면 지방대 위기 해소에는 한계 목소리

교육부는 지방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3월 관계부처와 비수도권 14개 시·도와 합동으로 수립한 제2차 지방대학과 지역균형인재 육성지원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대학과 지역 미래를 여는 혁신 공동체’를 목표로 지방대학 역량 강화를 위한 대학 혁신 정책과제를 설정한 것이 골자다.

이를 위해 ▲지속 가능한 고등교육 생태계 전환 지원 ▲혁신 선도자로서 지방대학 육성을 위한 전략적 특성화 지원 ▲대학의 질적 혁신 촉진을 위한 지원과 관리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지난 5월에는 학령인구 감소 대응책으로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을 발표했다.

학생 충원이 어려운 대학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하는 것으로 ▲자율혁신에 기반한 적정 규모화 및 질적혁신 촉진 ▲부실대학의 과감한 구조개혁 및 퇴출 추진 ▲개방·공유·협력 기반 동반 성장 지원 등을 목표로 한다.

이밖에도 지방대학 의약학계열이 해당 지역 고교 졸업생을 전체 모집정원의 40% 이상 의무적으로 선발하는 내용의 시행령도 개정됐고, 지방대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고등교육 관련 규제를 최대 4년간 유예·면제하는 ‘고등교육 혁신 특화지역’도 내년부터 운영된다.

하지만 이같은 지방대 육성지원 계획과 학령인구 감소 대응 정책이 대부분 이미 추진하는 정책을 되풀이하는 수준이고 지방대가 직면한 어려움을 발빠르게 해결하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대학가에서 나온다.

지방대 위기 극복을 위해 2020년 시작한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지역혁신 플랫폼) 또한 일부 지역에만 사업이 국한돼 있어 대다수 지방대가 직접적인 지원을 받는 데는 한계를 보인다.

‘디지털 신기술 혁신공유대학’ 사업은 수도권과 지방 소재 대학을 묶어 신기술 분야 경쟁력을 높인다는 취지는 의미가 있지만 대학의 여건이나 상황, 지역의 한계를 극복한 연구활동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을지는 과제로 남아있다.

단기 처방 아닌 범정부 차원 중장기 정책 마련 필요
지방대 육성법 개정 필요성도 대두

범정부 차원에서 지방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고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올 6월 발표한 ‘지방대학 신입생 충원 현황과 정책 및 입법과제’ 보고서에서 “지방대학이 직면한 위기의 원인은 복합적이고 다양하므로 정부는 지역 간 균형발전과 산업개발, 일자리 정책, 문화 진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방대를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방대의 경쟁력을 높이고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예산과 일자리, 산업, 문화 등을 담당하는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대학이 유기적인 협력체제를 구축해 지방대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체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보고서는 지방대 지원 관련 입법방안 검토도 주문했다. 지방대 육성법 제8조에 근거해 설치한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지원위원회’가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대통령 직속으로 위원회 위상을 높이고 지자체 참여를 확대하는 입법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지방대 육성법 제5조의 기본계획에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이 있는 지방대를 지원하는 내용을 추가하는 입법도 제언했다. 학생들의 교육 만족도가 높고 지역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이지만 지방에 있어 신입생 충원이 어려울 수 있는 대학을 선별적으로 선정해 지원하는 방안을 예로 들었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등
지방 사립대 위한 대학 재정지원 확충 필요

재정 위기에 봉착한 지방대, 특히 사립대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 확대 목소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은 지난 5월 열린 ‘고등교육 위기극복과 재정확충방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에서 “고등교육의 86%를 담당하는 사립대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사립대학특별법이나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등 사립대학 지원 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의 국립대 위주 지원정책으로 중소도시 소재 사립대에 대한 지원은 미흡하다”며 “학생 미충원으로 지방 사립대가 몰락하면 지역경제가 함께 몰락하는 사례를 남해시와 동해시에서 보았듯이 지방 사립대의 존폐가 지역의 소멸이나 존폐와 연결돼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 총장은 정부의 일반재정지원사업인 대학혁신지원사업비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도 내비쳤다. 우 총장은 “실질적으로 사립대에 지원되는 금액인 대학혁신지원사업비는 코로나19 관련 재난지원금, 등록금 동결에 따른 수입결손 보전 성격으로 전환해 학생 수, 등록금 수준 등에 따른 포뮬러 방식으로 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지원 규모를 OECD 평균 수준으로 늘리는 내용의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국회 교육위원장을 지낸 유기홍 의원은 지난 9월 29일 ‘대학균형발전특별회계법’을 발의했다. 법안은 현재 GDP 대비 0.6% 수준에 머물러 있는 고등교육 재정 지원 규모를 OECD 평균인 1.0%까지 끌어올리는 내용이다.

유 의원은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에 걸맞게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다하고 등록금에 의존하는 대학의 재정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재정지원 의존 탈피, 대학 자생 노력 요구
향후 부실대학 퇴출 대비 체계적인 퇴로 방안 마련해야

대학 전체 입학정원 감축도 당면 위기를 극복할 대안으로 제시된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지난해 7월 펴낸 ‘대학 위기 극복을 위한 지방대학 육성 방안’ 보고서에서 전체 대학 10% 정원 감축을 지방대 위기 극복의 한 방안으로 제시했다.

전체 대학 정원 감축으로 지방대 몰락을 막고, 교육여건 개선과 수도권 대학의 체질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인구의 수도권 집중과 수도권 대학 선호 현상이 여전한 상황에서 수도권 대학 정원 감축이 곧 지방대 충원율 향상으로 이어질 지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대학 또한 정부 재정지원에만 의존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자체적인 대응 노력에 힘써야 한다. 지역 특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현장성과 연구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부분 대학의 충원율이 하락한 2021학년도 대입에서도 신입생 충원율 100%를 기록하며 경쟁력을 입증한 지방의 몇몇 대학 사례는 본보기가 될 수 있다.

교육부는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에서 교육‧재정여건 부실 대학은 과감한 구조개혁을 추진하도록 유도하고, 회생이 어려운 경우 퇴출을 추진하겠다는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입학자원이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향후 부실, 한계대학 위주의 선별적인 퇴출은 기정 사실이 되고 있고 폐교 대학도 늘어날 것이다. 이같은 변화에 앞서 그동안 대학 폐교 사례가 낳은 각종 부작용을 반면교사로 삼아 보다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폐교‧청산 절차를 우선적으로 구축해야 할 과제도 남아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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