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뉴스

전문대학 재정난에 결국 곳간마저 허물어지고 있다
  • 공유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인쇄
  • 즐겨찾기

전문대학의 ‘곳간’이 비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13년째 이어지고 있는 등록금 동결로 재정상황이 그야말로 악화일로다. 입학금 폐지와 입학정원 감축 등 대학의 재정 상황을 악화시키는 정책이 잇따르자 한계에 다다른 대학이 ‘울며 겨자 먹기’로 곳간을 헐어 쓰고 있다. 특히 전문대학은 대학 운영 재정의 상당 부분을 ‘학생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어 재정난이 더 심각하다.

교육부가 지난 8월 공개한 ‘2021년 8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사립전문대학의 교비회계 적립금은 2조 4923억원으로 전년(2조 5004억 원)보다 81억 원 줄었다. 적립금은 대학이 미래에 일어날 일을 대비해 기부금과 법인전입금 등을 아껴 모아 놓은 기금을 말한다. 대학의 ‘대비 곳간’으로 불리며 재정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도 쓰인다.

기부금도 축났다. 지난해 사립전문대학 기부금은 373억 원으로 전년(534억 원)보다 161억 원 감소했다. 수도권대학 기부금은 183억 원으로 전년(246억 원)보다 63억 원이 줄었고 비수도권 대학은 190억 원으로 전년(288억 원)보다 98억 원이 증발됐다.

곳간이 비어가고 있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는 것이 문제다. 특히 등록금 의존율이 높은 전문대학의 재정 상황은 가히 최악이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0 전문대학 재정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123개교 가운데 88개교가 여전히 학생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다. 분포도를 보면 50%~70% 구간에 88개교가 분포돼 있고 71.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권역별로 살펴보면 광역권이 57.8%로 가장 높고 자방권이 51.8%로 가장 낮은 비중을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규모별로는 대규모 대학이 56.5%로 가장 등록금 의존율이 높았고 중규모 대학(55.5%), 소규모 대학(48.7%) 순으로 나타났다.

법인으로부터 많은 자금을 조달받거나 기부금을 많이 유치할 수 있는 대학은 등록금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를 탈피할 수 있다. 하지만 등록금 수입 외 다른 수입재원이 없는 대학은 등록금 수입으로 학생 교육비를 조달할 수밖에 없어 높은 등록금 의존율을 보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대학 재정 상황에 ‘빨간불’이 켜졌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최종범 전문대학사무처장협의회장은 “반값 등록금 정책이 제기된 이후 13년간 등록금 동결과 입학금 폐지 등으로 대학 재정이 버티지 못하는 상황까지 도달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등록금 규제 완화와 교육용 부지 시설에 대한 임대 사업 등을 위한 법 개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박용순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발전협의회 호남제주권 운영협의회장은 “대학 재정난 심화는 대학 교육의 질 저하를 야기하고 나아가 대학 경쟁력이 약화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돌리게 된다”며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이 심각하게 논의돼야 할 시점이다”고 지적했다.

전문대학의 재정 상황은 ‘풍전등화’다.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로 인한 사립전문대학의 재정결손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19년 12월 공개한 ‘고등교육 정부 재정 확보 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대학이 국가경쟁력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함에 따라 국제사회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고등교육 발전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확대해왔다. 정부의 고등교육 예산 규모도 꾸준히 증가했다”며 “하지만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입학자원 감소, 구조개혁에 따른 정원 조정, 반값 등록금으로 인한 정부의 학자금 지원과 등록금 동결, 입학금 폐지 등은 대학의 심각한 재정결손을 가져왔다”고 시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2년간(2007~2018년) 사립대학 운영수지를 분석한 결과 2009년부터 시행된 등록금 동결 유도와 2010년 반값등록금 정책으로 재정건전성이 급락했다. 전문대학은 2015년, 일반대학은 2016년부터 재정결손이 시작됐다. 대학들은 이와 같은 재정결손을 보전하기 위해 2015년 이후 균형예산편성의 관점에서 적립금을 인출해 집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영인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은 “전문대학은 2015년 -427억 원에서 2018년 -1132억 원, 일반대학은 2016년 -138억 원에서 2018년 –2676억 원으로 재정결손액이 점점 늘어났다. 대학 전체로 보면 2015년 –260억 원에서 2018년 –3808억 원으로 급증했다”며 “대학당 재정적자는 2015년을 시작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8년 전문대학 평균 재정적자 규모는 9억 600만 원, 일반대학은 17억 7200만 원이었다”고 설명했다.

사실 정부가 고등교육의 발전을 위해 고등교육 예산을 매년 늘린 것은 맞다. 하지만 대학의 재정 상황은 퇴보했다. 정부는 ‘대학이 국가경쟁력’이라는 포부를 밝혔지만 정작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포함한 유·초·중등교육 예산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예산을 편성했다. 교육부가 지난 8월 발표한 ‘2022년도 교육부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편성’ 자료에 따르면 유·초·중등교육에 편성된 예산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포함해 69조 8000억 원에 달한다. 반면 고등교육 예산은 11조 8000억원으로 약 6배나 차이가 났다.

특히 우리나라 고등교육 예산은 OECD 평균도 안 되는 수치다. 교육부가 지난해 9월 공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 지표 2020’에 따르면 초·중·고교 단계에서 GDP 대비 공교육비는 2017년 기준으로 정부 재원 비율이 3.0%로 OECD 평균인 3.1%에 가까웠다. 민간재원의 경우 0.4%로 OECD 평균인 0.3%보다 0.1%p 높다. 하지만 고등교육 단계는 정부 비율이 0.6%로 OECD 평균인 1.0%보다 0.4%p 낮았다. 민간과 정부의 공교육비 비율 차이도 상당하다. 민간재원은 1.0%로 OECD 평균 0.4%보다 훨씬 높았다. 고등교육 재원은 정부 보다 민간에서 더 많이 투입됨을 알 수 있다.

학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액 역시 초·중·고교에서 OECD 평균을 웃돌았지만 고등교육에서는 OECD 평균보다 낮게 나타났다. 2017년 기준 고등교육 분야 학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액은 1만 633달러(약 1200만 원)인데 비해 OECD 평균은 1만 6327달러(약 1800만 원)로 600만 원의 차이를 보였다.

교육부도 전체 예산에서 고등교육 재정이 부족하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구체적인 확대 규모나 확보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교육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2021년 고등교육 재정 지원 계획’에 따르면 “학생 1인당 초·중등교육 공교육비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고등교육에 대한 공교육비의 투자가 미흡한 수준이다”며 “정부부담에 비해 민간부담이 큰 구조를 띠고 있다. 교육·연구 경쟁력 제고를 위한 투자 확충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지난 1월 발표한 교육부 ‘2021년 업무계획’에서도 공유·협력 기반의 고등교육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선포하면서 고등교육 분야 핵심추진과제를 설정했지만 개별 사업 예산 계획만 있을 뿐 고등교육 재원 확대 방안은 없었다.

대학들은 재정난 해결을 위해서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초·중등교육 예산으로 사용할 수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처럼 대학에도 교부금을 골고루 지원하자는 것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르면 내국세의 20.79%를 초·중등교육으로 사용할 수 있다. 대학들은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통해 대학 재정 안정화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본다.

김경태 한국전문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장은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으로 학생과 대학 모두 ‘win-win’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는 상당 부분 민간에 의존하고 있다”며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보면 내국세의 20.79%를 초·중·등교육예산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법제화 돼 있다. 이를 통해 초·중·등교육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돼 아무 염려 없이 양질의 교육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통해 대학 재정 안정화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입학자원이 감소하더라도 대학 운영에 필요한 교부금을 지원 받는다면 어떤 위기가 닥치더라도 충분히 헤쳐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원식 한국전문대학학생처장협의회장도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 회장은 “정부는 부모의 마음으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결심해야 한다. 부모는 자식이 아플 때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치료에 전념하듯이 교육부는 대학이 아플 때 부모의 마음으로 상처를 살펴보고 보살펴야 한다”며 “대학이 등록금 수입으로 대학을 대학답게 운영하기 힘들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지금은 교육부 재정지원사업이 아닌 대학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회승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발전협의회장도 힘을 보탰다. 정 회장은 “지난 10년 이상 지속된 등록금 동결과 입학금 폐지 등으로 인해 대학의 재정상황은 한계점에 이르고 있다. 인건비와 물가상승으로 경상경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전문대학의 독자 생존은 요원한 일로 생각된다”며 “근본적 해법으로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통한 안정적 재원확보를 들 수 있다. 백년지대계인 교육이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상황에서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를 OECD 수준으로 높인다면 학생의 등록금 부담을 낮추면서도 대학의 재정부담을 획기적으로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얘기했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은 2004년부터 대학에서 촉구해온 간절한 바람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13년간 등록금 동결로 크나큰 재정난을 호소하고 있는 대학들에게 정부와 국회는 이제 제대로된 답을 내놔야 할 시기가 됐다.

이중삼 기자 jslee@unn.net

Copyright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전체보기
메뉴는 로그인이 필요한 회원전용 메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