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뉴스

미래교육에 대응한 대학평가 체계, 재설계 시급
  • 공유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인쇄
  • 즐겨찾기

‘인구절벽 시대’에 접어든 대학들이 존폐의 기로에 내몰리고 있다. 위기에 직면한 대학들은 저마다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급변하는 교육 환경에 적응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대학에 있어 무엇이 필요할까. △지방대 지원육성 △고등교육재정 확충 △미래교육에 대응한 대학평가 체계 재설계 등이 시급하다. 이에 본지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와 공동기획을 통해 미래의 글로벌 고등교육기관으로 국내 대학들이 도약하기 위한 과제와 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3주기 대학평가에서 탈락하면 낙인효과가 생긴다. 학령인구가 부족한 상황에서 탈락한 대학은 생존 불가능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1일 부산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세미나에 모인 총장들은 대학평가를 중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저출산·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입학 자원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학평가로 인해 한계에 다다른 대학의 사정이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호소였다.

■3주기 평가 다다른 대학기본역량진단 어땠나= 대학기본역량진단이라고 불리는 대학평가는 2015년 대학구조개혁 평가로 시작됐다. 당시 교육부는 대학 교육의 질 제고와 입학자원 급감에 대비하기 위해 ‘대학 구조개혁평가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일반대학의 경우 18개 지표, 전문대의 경우 16개 지표로 구성됐다. 2023학년도까지 3주기로 나눠 A~E등급으로 구분해 A등급을 제외한 나머지 등급의 정원을 감축하도록 했다.

2주기 대학평가는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대학기본역량진단으로 명칭을 탈바꿈했다. 기존의 강제적인 인원감축이 아니라 대학의 자율적인 정원 조정을 이끌어낸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2주기 대학평가 역시 사실상 ‘울며겨자먹기 식’의 감축을 유도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1주기와 마찬가지로 2주기 대학평가 역시 감축은 비수도권 대학에 집중됐다.

올해 치러진 3주기 대학평가를 앞두고 교육부는 ‘혁신의 주체로 서는 대학, 대학의 자율혁신을 지원하는 지역과 정부’를 방향으로 평가에 변화를 줬다고 설명했다. 주요 변화는 2018년 대학평가보다 권역 비율을 확대했다는 점이다. 대학의 자율성 확보를 위해 대학이 자체적으로 수립한 계획을 통해 스스로 적정 규모화 하도록 했다. 또한 대학이 스스로 진단 참여 여부를 선택하도록 해 대학의 자율성과 선택권을 존중했다고 평가했다.

3주기 대학평가 진단 지표는 △특성화 계획 또는 중장기 계획 등 발전계획(2) △전임교원 확보율(15) △교육비 환원율(5) △법인 책무성(4) △학생 학습역량 지원(5) △취창업 지원(4) △졸업생 취업률(5) 등으로 항목 자체는 2주기 대학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신입생 충원율과 재학생 충원율이 포함된 학생 충원율이 10점에서 20점으로 크게 올랐다. 수도권 집중은 더욱 강화되면서 지방대의 상황은 악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지방대·중소규모 대학에 불합리함 집중되는 대학평가= 교육부의 자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방대를 중심으로 평가의 불합리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다. 신입생 충원율과 재학생 충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졸업생 취업률 등 진단구조 자체가 지방소재 대학과 소규모 대학에 불리한 구조라는 지적이다.

대학교육연구소가 2018년 2주기 대학평가를 앞두고 모의평가를 해본 결과 규모별 평가에서 소규모대학의 자율개선대학 비율이 47.9%로 가장 낮은 반면 재정지원제한대학 비율은 33.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문제는 대부분의 중소규모 대학이 지방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이다.

5월 국회에서 열린 ‘교육 양극화 해소를 위한 대학 구조조정 및 체질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들이 연이어 지적됐다. 변기용 고려대 고등교육정책연구소 소장은 “소규모 대학은 지금까지 정부 재정지원 사업에서 철저히 소외됐다”고 분석했다. 교육부의 현행 대학평가 제도가 지방 중소규모 사립대의 자구노력을 위한 비전 제시와 합리적 퇴로 제공에 적합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대학평가가 목표한 성과를 거뒀는지도 따져봐야 할 문제다. 3주기 대학평가의 목적은 ‘대학의 자체 혁신에 따른 적정 규모화 촉진과 교육의 질 제고’, 이른바 ‘대학의 건강한 체질개선’이다. 지역의 A대 총장은 “대학평가가 대학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고, B대 총장은 “줄 세우기 식 평가는 대학 교육의 혁신을 추구하라는 시대적 요구와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행정적·재정적 피로감 유발하는 평가 방식 바뀌어야= 그 밖에 평가 자체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높다. 대학이 수행하는 주요 평가 내역을 보면 평가가 세분화 돼 있는데다 주기가 달라 사실상 해마다 평가를 준비해야 한다. 대학기관평가인증을 2019년 하반기에 수행한 대학의 현황을 사례로 보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대학기관평가인증(5년) △대학기관평가인증 모니터링(5년) △대학 자체평가(2년) △산업계관점 대학평가(매년) △한국교육개발원의 대학기본역량진단(3년) △교원양성기관평가(4년) △한국연구재단의 교육국제화역량인증(3년)을 수행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각 평가별 1년 이상의 평가 위원회를 구성해 업무를 추진하게 되는데 연구위원은 교수 본연의 연구와 교육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정도다. 행정직원은 평가 대응에 많은 행정력이 소요될 뿐 아니라 교수의 교육·연구, 학생의 수업 지원 등 학사업무에도 지장을 받는 경우도 많다.

각 평가별로 유사한 지표와 실적년도 등 중복되는 것이 많아 반복적인 행정력 소모가 잇따른다는 지적도 있다. 기관평가인증 신청 대학의 수수료 납부, 기관평가인증, 기본역량진단 등 평가 준비를 위한 자체 재정 부담과 평가 대응에 필요한 인건비 부담은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다.

C대 평가관련 담당자는 “관계 법령 개정을 통한 대학평가의 간소화가 필요하다”면서 “대학평가에 대학정보공시(학생, 교육‧연구, 교육여건, 산학협력, 예‧결산 등 14개 분야, 63개 항목, 101개 세부 항목)를 활용하고 중복되는 평가를 줄여서 대학이 본연의 업무에 매진할 수 있도록 평가에 대한 부담을 완화해 달라”고 주문했다.

■대학 특성화 살리는 대학평가 기준 마련돼야= 전문가들은 보다 각 대학의 특성에 맞는 유연한 평가 방식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획일적인 평가 방식 개선, 진단 지표의 단순화, 미래 준비를 위한 진단 필요 등이 공통적인 의견이다.

황홍규 대교협 사무총장은 지난 1일 ‘2021년 대학 규제와 혁신 사례 조사’의 결과를 통해 분석한 ‘대학 위기 극복 방안’을 공개했다. 황 사무총장은 대학평가에 대한 요구 사항으로 △획일적 기준에 의한 진단 개선, 진단 지표 단순화 △재정 부담을 기반으로 한 평가 지표 폐지 △대학의 특성을 고려한 평가 △자율혁신계획서 작성 간소화 등을 주문했다.

반상진 전북대 교육학 교수는 더 나아가 ‘선지원 후평가’ 방식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장한다. 현재 대학평가의 지표 방식이 대학 여건이 불리했던 과거에는 의미가 있었지만 대학의 양적 개선이 이뤄진 상황에서는 후진적인 방식이라는 지적이다.

반 교수는 “대학과 국가가 일종의 협약을 맺어 최소한의 지표만으로 대학의 사업 계획을 평가한 뒤 지원을 하고 사후평가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과감하게 패널티를 주면 된다”며 “공유성장 측면에서 대학은 공유대학 형태의 네트워크를 구성해 컨소시엄 단위의 국가 지원을 받으면 재정의 투명성 확보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지희 기자 easy@unn.net

Copyright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전체보기
메뉴는 로그인이 필요한 회원전용 메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