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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시작후 규정 만들어 제재 처분 ? … 교육부의 대형대학 길들이기 시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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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의 인문한국플러스(HK+) 지원 사업 선정을 제외하면서 연세대가 향후 1년간 교육부 소관 학술연구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한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을 향해 인문분야 연구자들의 거센 비판이 제기됐다.

연구자들은 문제와 관련이 없는 연구자들까지 페널티를 받게 한 교육부와 연구재단의 처분이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또한 HK 교수 겸직을 불허하는 규정이 학문 연구의 발전과는 관계가 없고 사업 시행 후 2년이 지나 만들어진 규칙을 소급적용 하는 것 역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7일 교육부는 연세대에 대해 HK+ 사업 선정을 취소하고 지금까지 지원한 연구비 8억 8400여 만 원을 환수하는 등 제재 처분을 확정했다. 또 앞으로 연세대가 교육부 소관의 학술연구지원사업에 1년간 참여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미 선정돼 시행을 앞둔 연구 지원 사업들도 선정을 취소하는 무거운 처분을 내렸다.

이는 연세대가 HK+ 사업에 참여하는 HK 교수 11명의 소속을 개별 학과로 변경한 것이 발단이 됐다. HK+ 사업은 HK 교수의 학과나 타 기관 업무의 겸직‧겸무를 금지하고 있다. 교육부는 연세대가 이 규정을 어겼다며 제재 조치를 가한 것이다.

■“사업 시작 2년이나 지나 만든 규정 소급적용 부당…교육부‧연구재단도 책임 있어” = 이번 사태를 두고 교육부가 규정을 소급적용한 점과 이미 선정한 사업의 계획을 문제 삼아 제재한 점이 도마에 올랐다.

서울 지역 대학에 재직 중인 A교수는 “HK+ 사업이 시작된 지 2년이 더 지나 만들어진 규정을 소급 적용해 제재 조치를 했다. 처음 사업 신청서를 냈을 때 없던 규정을 만들어 불이익을 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교육부가 HK+ 사업 대상 연구소를 선정한 것은 지난 2019년 5월. 그러나 HK+ 사업 규정인 ‘관리운영규칙’은 2017년 12월 4일 제정됐다.

연세대는 이미 사업 신청서에 담긴 내용이 뒤늦게 문제가 된 점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연세대는 7일 입장문을 내고 “HK+ 사업에 참여하는 국학연구원과 언어정보연구원은 사업 계획서와 심사 과정에서 HK 교수가 연구원 및 학사단위(대학⸱대학원)에 겸직으로 소속될 것임을 명시하고 설명했다”면서 “연구재단은 이를 알면서도 별도 시정 요구 없이 협약을 체결했다. 연세대는 협약 체결 시 이를 겸직에 대한 연구재단의 묵시적 승인으로 이해했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이강재 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본부장은 “HK+ 사업 이전 HK 사업에서도 HK교수의 겸직을 금지했었다. 또한 연세대가 HK+ 사업에 선정된 이후 두 번의 연차평가에서도 HK교수 겸직 발령을 시정할 것과 사업비를 삭감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대학이 문제를 시정할 때까지 경고하며 기다려준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연세대 한 관계자는 “HK+ 사업이 HK 사업과 이어지기는 하지만 엄연히 두 사업은 다르고 규정도 다르다”면서 “연구재단이 우리에게 왜 경고를 했겠나. 애초에 선정 자체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대학도 신청자격이 없었다면 신청도 못했고 선정도 안 됐을 것이며 중간 평가도 받지 않았을 것이다. 연구재단의 주장은 자기 논리를 감싸기 위한 일종의 핑계”라고 반박했다.

■“문제와 관련 없는 연구까지 선정 취소한 처분은 과도” =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HK+ 사업을 진행하던 연구소 외에 다른 연구자들까지 제재를 받게 된 이번 처분은 지나치다는 동정론까지 일고 있다.

연세대에 따르면 교육부 소관 학술연구지원사업 지원을 받아 연세대 소속 연구소에 채용된 연구원들은 현재 242명으로 추산된다. 또한 교육부 소관 학술연구지원사업에 선정돼 있거나 예비 선정이 완료된 연세대 소속 연구소는 17개다.

교육부는 처분 다음날인 5월 28일 연세대 소속 연구소 중 △이과대학 천문우주학과 △이과대학 화학과 △이과대학 미생물교실에서 6월 1일부터 수행하기로 예비 선정돼있던 과제의 선정을 일괄 취소했다. 연세대가 산출한 결과로는 이 3개 연구소가 수행할 과제의 연구비는 162억 8000만 원. 이 중 인건비는 75억 원 가량이다. 과제의 총 연구기간은 6년에서 길게는 10년에 이른다.

HK+ 연구소를 보유한 두 대학에서 재직한 경험이 있는 한 연구자 B씨는 “연좌제로 인해 죄 없는 연구자들까지 어려움에 처하게 한 것은 매우 부당하다”면서 “연세대와 같은 이유로 교육부로부터 HK+ 사업 제재를 받은 적이 있다. 당시에는 문제가 된 연구소만 사업비를 환원하고 끝났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학 구성원이 같이 책임을 지게 한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강사들의 일자리가 줄어든 상황에서 대학원생들은 연구 프로젝트 수입마저도 없으면 정말 길거리로 나앉을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연세대 관계자 C씨는 “이번 일의 가장 큰 피해자는 연구자다. 심적으로 많은 타격을 입었다. 교수들의 생계와 사기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이번 일에 걸려있다”고 호소했다.

■“겸직 금지한 HK+ 사업 규정이 문제” = 이 일을 계기로 HK+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함께 터져 나오고 있다. 연구자들은 특히 HK 교수의 겸직도 일부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A교수는 “HK+ 사업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며 “7년간 HK 교수의 인건비를 지원해주고 나머지는 대학에서 알아서 하라는 구조다. 그렇다보니 현실적으로 오히려 뽑고 싶은 연구자를 마음껏 채용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학문 분야에 따라서는 연구자의 숫자가 제한적인 경우가 있다. HK+ 사업은 특히 HK 교수 채용 조건이 더욱 까다로워 필요한 HK 교수를 수급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유능한 교수를 HK+ 선정 연구과제에서도 활약하게 하고 이후에는 학과에서 후속세대 양성에 힘쓰도록 하는 것이 HK+ 사업의 취지에도 걸맞은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서울 소재 대학의 D교수도 “HK+ 사업 전 있었던 HK 사업에서도 HK 교수의 겸직을 금한 탓에 오히려 대학 내에서는 연구가 학문 영역과 과 단위로만 폐쇄적으로 이뤄지게 돼 부작용이 발생했다. 학문 간 벽을 트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대학들이 시행착오로 느끼게 됐다”며 “이번 연세대의 HK 교수 겸직 조치는 어찌 보면 대학 자체적으로 시행착오를 수습하기 위해 조치한 것인데 이를 문제라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교육부의 사업 규제를 꼬집었다.

그는 또한 “연세대가 개인의 이익을 위해 연구비를 횡령한 것도 아니고 유능한 연구자를 학과에도 발령한 것인데 그것이 도대체 한국 사회 학문 현실에서 어떤 불공정과 피해를 만드는 것이기에 이렇게 제재를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교육부가 연구비를 갖고 대형 대학을 길들이려는 게 아닌가 싶다”며 분노했다.

이와 관련해 강성호 전국대학중점연구소협의회 회장은 “인문 분야 연구 지원 사업은 연구의 자율성이 존중되는 방향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조심스럽게 입장을 밝혔다.

연세대는 “교육부의 제재 처분이 부당함을 밝힐 것”이라며 “집행정지 신청 및 처분 취소에 대한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허지은 기자 jeh@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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