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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3+인공지능 인재 7만명 양성한다는데… 현장은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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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3+인공지능’의 주도권을 쥐려는 글로벌 패권경쟁이 한창인 가운데 한국도 뒤늦게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정부는 최근 신산업 분야의 성패는 전문인재에 달렸다고 보고 2025년까지 7만 명을 양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대학현장의 규제, 산업과 인력의 미스매치, 부처간 칸막이 등 뛰어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

BIG3(바이오헬스·시스템반도체·미래자동차)+인공지능 분야의 시장이 전세계적으로 급성장해 신규 인력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향후 5년간 누적 인력수요는 약 14만 명에 달한다. 특히 기술경쟁이 심화하고 있어 산업현장에선 고급수준의 인재가 절실한 상황이다. 인공지능(140%), 차세대반도체(50%), 미래차(29%), 바이오헬스(37%)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인력수요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에서 배출하는 인재는 기대수준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대학정보공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기준 일반대 인력양성 현황은 △미래차 3094명 △바이오헬스 1만 3330명 △시스템반도체 517명 인공지능 405명 등 총 1만 7346명에 그쳤다.

인재난이 가속화하자 정부부처는 2025년까지 ‘혁신인재 7만명 양성’을 목표로 대책을 마련했다. △사회수요에 신속히 반응하는 교육체제 구축 △산학 간 소통을 위한 환경 조성 △부처 간 협력으로 효율적 사업추진 체제 마련 △지원사업 확대 등이 골자다.

■ 정원 규제로 학과 신설조차 힘들다는데… 교육부 "사실상 증원효과" = ‘7만명 인재양성’을 내놨지만 목표를 이루기까지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대표적인 걸림돌 중 하나가 총 정원 규제다. 대학이 관련 학과를 신설하려고 해도 총 정원 규제에 걸려 불가능하다. 수도권 대학은 1982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전체 정원 수를 제한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은 기존학과를 구조조정하는 방식으로 학과를 만들 수밖에 없지만 기존 학과의 반발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 소재 H대 총장은 “20명 정원의 ‘데이터사이언스학과’와 ‘뇌심리학과’를 새로 만들었다. 이정도 인원으로는 4차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인재를 양성하는데 턱도 없이 부족하다”면서 “이정도 확보하는 것도 정말 힘들었다”고 전했다. 국가산업의 생존과 직결된 신기술분야의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39년 전 규제가 발목을 붙잡는 상황인 것이다.

지난달 열린 사람투자·인재양성 민-관 전문가협의회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제기됐다. 빅3분야는 지식집약적 산업으로서 박사급 인재가 많이 필요해 대학원 정원 증원이 필요하나 4대 교육여건 등 관련 규정 상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H대 미래자동차공학과 교수는 “‘미래자동차공학과’ 신설을 위해 기계공학과 정원 40명을 이체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정부가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공동학과다. 교육부는 지난달 개정한 ‘첨단(신기술) 분야 모집단위별 입학정원 기준 고시’를 개정했다. 대학이 여러 대학과 공동학과를 운영하면 다른 대학 학생도 교육과정을 수강할 수 있어 실질적으로 정원 확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A대학에서 40명, B대학에서 20명을 분담해 총 60명 규모의 공동학과를 운영하는 식이다.

교육부는 추가로 연내 대학원 정원비율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학사 1.5명을 줄이면 석사 1명을 늘릴 수 있고, 석사 2명을 줄이면 박사 1명을 증원하도록 비율이 정해져 있다. 신산업 분야에 한해 이러한 비율 기준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강정자 교육부 사회정책총괄과장은 “수도권정비법으로 전체 정원을 증원하는 것은 힘들다”고 못박으면서도 “올해 안으로 대학원 정원 비율을 조정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 증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올해 새롭게 추진하는 혁신공유대학 사업을 통해 학과 구분 없이 누구나 AI 강의를 들을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혁신공유대학이 공통의 교육과정을 만들면 학과를 신설하지 않고도 해당 대학의 학생들은 신기술 분야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충청에 소재한 H대 기획처장은 “이 사업은 인재를 초·중·고급으로 구분해 교육과정을 달리한다. 고급인재의 경우 온라인 수업은 한계가 있고 오프라인 수업이 필수”라며 “수도권-지역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학생들이 현실적으로 공유수업에 참여하는 것조차 힘들 것이다”고 내다봤다.

경남에 위치한 H대 기획처장은 “상위 법령의 규제 때문에 대학 차원의 혁신은 한계가 있다”며 “RIS 사업처럼 혁신공유대학 사업도 규제샌드박스를 과감히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관련정책만 38개 '중복·사각지대'… 대학-기업 연계 인프라는 미비 = 대학가는 정책이 현장에서 뿌리내리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정부가 그동안 발표한 BIG3+AI 분야 주요 정책만 38개에 달하지만 제대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과 대학을 잇는 기본적인 정보 교류 인프라도 구축되지 않아 기업과 학생을 제대로 연결해주지 못하고 있었다.



시스템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신산업 분야의 경우는 기술혁신이 필요하나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대학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그러나 누가 어떠한 기술을 가졌는지 통합적으로 파악하기가 어려워 개인적 네트워크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바이오헬스 기업 관계자는 “안정적인 인재 영입 플랫폼이 부재하고 낮은 인지도로 홍보도 어려워 적합한 인재 확보에 한계가 있다”면서 “헤드헌터를 통해 인재를 영입하고 있지만 비용면에서 부담이다”고 말했다.

또 부처별로 3년·5년단위의 한시사업을 산발적으로 진행하다 보니 인재양성이 단절되는 문제도 발생했다. 석·박사 지원사업의 경우 인력 배출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5년 단위로 운영되기 때문에 대학에서 사업 3차연도 부터는 석사과정 위주로 선발하려고 한다. 또 대학이 자립화 역량을 갖추기도 전에 사업이 종료돼 인재양성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같이 여러 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원인으로 부처가 장기 비전을 공유하지 않고 분절적으로 정책을 내놓는 것이 지목됐다. 총괄기구 없이 부처별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지원이 중복되거나 사각지대가 발생해 시너지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C대 산학협력단장은 “조율기구 없이 각 부처가 인재양성사업을 산발적으로 추진해 지원내용이 중복되고 사업간 통일된 기준이 없어 현장에서 혼란을 겪었다”면서 “BIG3+AI 인재양성사업을 교육부가 총괄할 수 있는 통합 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교육부는 “인재양성사업을 통합·관리한다”고 밝혔다. 여러 부처에서 추진하는 대학재정지원사업에 대한 중장기 방향을 마련하고 각 부처 간 연계를 위한 통합형 사업모델을 마련한다. 교육부가 총괄적으로 관리하되 부처별로 전문성을 활용해 사업을 집행하는 방식이다.

교육부는 “새로운 인재양성 사업 추진 시 사람투자인재양성협의회를 통해 기존사업과의 정합성 등을 검토할 것”이라며 “양성된 인재에 대한 취업 현황 추적관리 등 종합적인 점검체계를 구축해 목표 달성 정도에 따라 사업을 개편하겠다”고 답했다.

이하은 기자 truth01@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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