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국립 대학교 사회과학 임용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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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후기
안녕하세요. 이번 가을 사회과학 분야에서 지방 소재 국립대학교에 임용하게 된 하이브
레인 회원입니다. 하이브레인이라는 정보공유의 창이 있다는 것을 알고 지낸 지도 벌써
몇 년이 흘렀네요. 그만큼 끊임없이 한국에 돌아가고 싶어서 정보를 찾고 옥석 같은 여
러 조언들을 이곳에서 발견해 왔습니다. 한국 대학의 분위기, 임용 추세 등도 어렴풋이
이곳에서 알게 되었고요. 덕분에 이번에 임용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학부는 거점 국립대 출신이고 (현재 임용된 곳은 제가 졸업한 지거국이 아닙니다)
미국 대학원 진학부터 사회과학(순수학문에 가까운)으로 진로를 바꾼 정말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 자리잡기 어렵다고 하는 조건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조건들을 가지고
학업에 뜻을 정한 것은 사실 한국의 잡마켓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하나도 실정을 고려하
지 않은 그야말로 순진한 생각이었다는 것을 졸업 후에야 뼈저리게 느꼈지요. ㅠ.ㅠ 미
국 학위 역시 중위권 주립대 입니다. 하이브레인에서의 최근 토론을 보면 이런 “스
펙”의 사람들은 한국에서 교수의 꿈을 버리라는 말도 있더군요.

다행히 미국에서 석사 때부터 운 좋게 강의 경력을 쌓으면서 해외 대학에 자리잡고 몇
년을 지내왔습니다. 가족과 친구가 있는 한국에 돌아 가고 싶은 마음은 늘 가슴 한 켠
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박사학위 취득 후 일을 하면서 한국 임용 준비 초기에는 제가 가진 조건들을 극
복하기가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저명한 대학 출신들에 실력마저 갖추신 제 또래나 선
후배 연배의 한국 학자분들을 국제 및 한국 학회 등에서 뵐 때면 내심 열등감도 들고
주눅들기 일수였고요.

이런 핸디캡을 조금이나마 극복하고 조금씩 자신감을 얻게 된 것은 비교적 좋은 퍼블리
케이션 실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지원 당시 6편의 SSCI 논문, SCOPUS 1편 등 (1편
빼고 모두 단독저자)을 포함한 논문을 다수 썼습니다.

제가 소위 아무런 줄도 “빽”도 없이 이번에 임용이 가능했던 것은 제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운이 많이 작용했을 것이고 부임하게 된 학교와 그곳에 계신 선생님들과의 인연이
정말 우연처럼 잘 닿아서라 생각하지만 (제 “출신 성분”상 새로 가게 된 학교나 그곳
교수진과는 아무런 연고가 없었습니다.) 제가 통제할 수 있었던 변수로는 그나마 열심
히 논문을 썼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차와 2차의 관문을 뚫기 위해서는 논문의 양
이 어느 정도 충족 되어야 하고, 또 저보다 출중한 배경과 실력을 지니신 분들과 경쟁
하면서 조금이나마 심사위원님들의 눈에 들기 위해서는 논문을 많이 쓰는 것 외에는 별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지원자들이 어떠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다행히
제 실적이 1, 2차 양적 질적 서류심사에서는 통과할 만큼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3단계 공개강의는 두 부분으로 영어와 한국어 강의였는데 영어 강의는 현재 진행중인
연구를 아주 간략히 소개했습니다. 너무 전문적인 발표가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하이브레인 회원님들의 소중한 팁을 얻어 정말 학부생에게 강의하듯이 매우 개략적인
내용을 다른 때의 영어보다 조금 더 또박또박 발음하며 발표했습니다. 한국어 프리젠테
이션에서는 학교에 와서 기여할 방안 들을 짧게 발표했습니다. 물론 학교에 대해서 주
어진 시간 동안 정보를 가능한 많이 구해서 발표 내용을 만들었고요. 그 동안의 제 경
력이 어떻게 학교 발전 방안과 연결 될 수 있는지 약간의 스토리들을 가미해서 발표했
습니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마지막 고비인 총장 면접이었습니다. 그 단계에 오기까지 정말 제
순위에 대해서는 하나도 아는 바도 없었고 또 짐작조차 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제가
들러리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과 불안한 마음이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결과가
어떻든 준비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또 학교에 대해 알아가면 갈수록 점점
가고 싶은 마음도, 또 이 학교가 정말 내 학교였으면… 하는 바램도 커지는 것을 발견
했습니다. 속된 말로 욕심이 점점 나더라구요. 면접을 준비하면서는 학교 홈페이지에
있는 대학신문, 소식지 등을 거의 2년치를 훑어가며 읽었고 제 분야와 관련된 흥미로운
기사들은 자세히 읽어 보기도 했습니다. 또 총장님 인터뷰 및 신문기사들도 찾아 보면
서 학교에 대한 정보를 가능한 많이 수집했습니다. 그리고 예상 질문들을 리스트로 만
들어서 정리해 보았구요. 막상 총장 면접 당일에는 정말 사시나무처럼 부들부들 떨었지
만 그래도 준비한 내용은 무난히 말씀 드렸던 것 같습니다.

면접을 마친 후로는 허탈한 마음을 어쩔 수 없었습니다. 다시 하이브레인에 와서 여러
선생님들께서 남기신 면접후기 말씀들을 읽고 마음의 위안을 얻고 가기도 했구요. 좀
멍한 상태로 한참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최종 총장 면접 결과가 공식적으로 오기까지
정말 맘 졸이며 지냈습니다.

지나간 시간을 생각해 보니 임용상담실의 글들을 읽으면서 너무 공감이 되어 눈물을 흘
렸던 때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얼굴도 모르는 선생님들과 정말 동지애를 느낀 것 같습
니다. 임용후기를 보면서는 언젠가 나도 그 자리에 가게 되어 몇 자 적을 날이 올까라
는 생각을 하면서 조금 더 힘내서 연구하고 준비해 왔던 것 같습니다.

이 후기에서 어떤 전략이나 스킬을 말씀 드리는 것 보다 저는 임용을 준비하시는 분들
께 정말 힘내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한국에선 교수될 가망이 거의 없다는 말을
실제 듣기도 했던 저 같은 사람도 했으니 더 훌륭하신 선생님들께서는 분명 더 좋은 일
들이 많으실 거라 믿습니다. 저 역시 해외에서 일하며 지치고 몇 차례의 고배를 마시고
나서는 (이 몇 번에는 공개강의까지 간 경우도, 총장면접도 있었습니다. 물론 서류에서
떨어진 적은 더 많았지요) 한국 임용의 벽이 높아만 보여 정말이지 얼마 전에는 포기하
고 한국에서 학교가 아닌 다른 직업을 찾아보려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그때 가족과 친
구분들이 조금만 더 힘내라고 이제 거의 다 왔다는 말씀과 격려가 다시 가슴속에 꺼져
가는 불씨를 살려 주었습니다. 제 글을 읽으시고 임용을 준비하시는 선생님들의 가슴속
에 그 불길이 다시 일어나길, 또 외롭고 힘든 과정이지만 힘을 내시길, 바랍니다.

하이브레인 운영자님 및 회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사랑하는 모국에서, 서울이 아닌 변
방에서, 좋은 스승이자 끊임 없이 노력하는 학자로, 또 새로운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
열심히 살겠다는 말씀을 저에게 주는 각오와도 같이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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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드립니다.

동지애. 가장 가슴에 와닿고, 가슴 따뜻해지는 말씀이었습니다. 덜 외로워졌습니다.
임용 축하드리고, 저도 힘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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