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사립대 임용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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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전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랬는데, 정작 최종합격 통보
를 받으니 별로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그동안 이곳에서 후기를
읽으면서 많은 용기를 얻었기에 두서없지만 경험담을 남깁니다.

전공은 인문사회, 학사는 지방국립대, 석박사는 sky 중 한 곳입니다.
학위를 하고 임용시장에 문을 두드린지는 약 9년쯤 되었고,
그동안 공채응시는 비전임이나 연구직을 포함해서 약 40여 차례 보았습니다.
대략 절반정도는 1차 서류를 통과하였고, 그 중 절반은 학과(혹은 2차) 면접을,
다시 절반에 해당하는 10여 차례는 총장(혹은 최종) 면접에 들어갔습니다.
연구실적은 동년배보다는 많은 편이고 수상실적도 다수 있습니다.

최종 면접은 학위를 받은 직후에 여러 차례 기회가 있었으나, 한
동안은 서류심사도 못 넘겼고, 다시 최근에서야 많이 보기 시작
했습니다. 최종면접에서 학위 직후에는 경력이 짧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고, 근래에는 경력이 많은데 왜 임용되지 못했는지를
물어서 어찌 답할 바를 몰라서 쩔쩔매기도 했습니다.
이곳 게시판의 여러 선배님들 말씀으로는 총장면접을 계속 보러
다니기 시작할 때가 임용에 가까워진 시기이며, 학교는 인연이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사실 너무 물을 먹고나니 멘탈을 유지하
는게 어려웠습니다. 또한 어느 분의 수기처럼 총장 면접에서 자
꾸 떨어지니깐, 내가 인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동문서답
만 하고 있지는 않은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학교마다 질문하는 의도나 내용은 늘 달랐고, 복기를 한다고 해
도 예상 외의 상황만 발생했습니다. 매너있는 학교가 많았으나
수준이하인 곳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째서 “인연”이라는
말을 자주 언급하는지 실감했습니다.

대체로 박사학위 전후에 연구실적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가장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교수공채에 응시할 때마다, 최근 3-
4년간의 업적을 요구하는데, 사람이 기계도 아닌데 매년 양질의
논문을 다량으로 일정하게 생산하는게 쉽지 않았습니다. 과거
교수님들의 평생 연구업적의 몇배 연구성과를 이미 산출하고도
다시 매년 제로에서 카운트가 시작되니 그저 허무할 뿐이었습니
다.
더욱이 인문사회 분야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단행본 집필에 참여
할 때가 많은데, 그럴 때면 논문 작업은 중단되기 일쑤였고, 상당
수 대학은 저서를 업적에서 산정해주지 않아서 지원조차 힘들었
습니다. 이러다가 마냥 논문공장을 돌려야만 하는 것은 아닌지
자괴감이 들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정말 하고 싶은 연구
를 하기 위해서 학자의 길을 걷고자 했는데, 무언가 본말이 뒤바
뀐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몇해전부터 연간 논
문실적을 채우는 것을 한동안 미루어두고, 교수가 되지 못하더
라도 연구자로서 내 일생을 마감하기 위해서, 나의 연구 주제를
마무리하는 작업을 진행하였고, 그 결과 해당분야의 주요성과를
이루었습니다.

저보다 더 오래 임용준비를 하시는 분도 있으신 줄로 압니다만,
교수를 목표로 달려왔던 시간동안 누적된 피로로 인해 한동안
병원신세를 지거나 집에서 쉬는 기간이 길어졌고 기실 금년부터
는 건강에 자신이 없어서 모든 의뢰를 거절하고 주변을 정리해
왔습니다. 이제 다른 직업을 알아봐야 하는건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더 하고 싶은 연구도 없었고, 무엇보다 건
강이 뒷받침되질 않았습니다. 결국 심신이 지쳐서 버티는 것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여러 선배분들께서 말씀하신 “멘탈 관리”의
중요성도 체감했습니다. 이번 지원까지를 견디지 못했으면 아마
이 길을 중단했을지도 모릅니다.

또한 여타 게시판에는 영어면접에 관한 질의가 많은데, 지난 세
월동안의 경험을 말씀드리면 세 가지 경우가 있었습니다. (1)실
제 영어몰입교육 등으로 영어강의가 꼭 필요한 경우, (2)대학당
국에서 평가지표를 높이기 위해서 일괄적으로 영어강의 요건을
정해 놓은 경우, (3)공고문에는 없지만 총장이나 대학본부에서
간단한 회화를 평가하는 경우 등입니다. 그 중 (2)는 세계대학평
가를 잘 받으려고 재정을 투입 안 하고 국제화지수를 높이려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전공이 영어와 무관한 경우가 많아서, 공고
문에 있더라도 학과에서 최소한의 요식행위로 평가하거나 아예
생략하는 사례도 직접 겪었습니다. 이 경우 최종 임용되신 분은
영어강의와 별로 상관없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힘들게 영어강의
를 준비했는데 별로 득점요소가 되지 못해서 더 기운이 빠졌던
것 같습니다. (3)은 주로 지방의 중소규모 사립대학에서 매우 쉬
운 영어회화를 시키는 경우가 많았는데, 사전 예고없이 진행된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교수채용에서 전공과 무관한 영어실력
을 테스트한다는 것 자체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만, 고작
중학교수준의 회화를 원어민까지 동원해서 물어보는게 황당해
서 잘 답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번에 임용된 곳은 영어강의가 중요했습니다. 대학원과정때 방
학을 이용해서 몇차례 어학연수를 나갔다 온 적이 있지만 10여
년도 더 지나서 난감했습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 생각했던 차
라 서류를 접수하고 2차 학과발표 때까지 약 한달간 계속 영어강
의만 준비했습니다. 인터넷에 공개된 미국 대학의 강좌를 주로
참고하면서 발음이나 억양, 강의전개방식, 질의응답 등의 예상대
본을 마련했습니다. 그 덕분에 학과면접은 잘 넘겼지만, 또 총장
면접에서 예상치 못한 장문의 영어답변을 요구해서 아찔한 순간
을 가까스로 넘겼습니다. 저로서는 머릿 속으로 영작을 곧바로
하느라 만족스럽지는 않았으나 그런대로 학교측에서 원하는 답
변을 했습니다.

올해는 심신이 피폐해져서 제겐 가장 최악의 시기였습니다. 그
럼에도 불구하고 주변분들의 격려가 있어서 포기하지 않고 결실
을 맺을 수 있었습니다. 부디 이곳 여러 선배님들의 말씀처럼, 후
기를 읽으시는 분들께서도 잘 견디셔서 인연이 있는 학교에 가
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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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있는 좋은 글입니다.

'한계/절망의 끝에서 이루어진다'는 말이 새삼 맞는다것을 확인한 좋은 글이라 생각합니다. 이 글이 많은 교수지원자들에게 힘이 될거라고 판단하며, 건강이 중요한 요소라는것을 인식하시고 교수재직동안 건강관리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재직기간동안 일이 많습니다. 주 2회정도는 땀을 흘릴 정도로 운동하셔야 버팁니다.

좋은 교수가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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