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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시즌이 끝나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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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에 차서 지원서를 냈을때는 햇볕이 제법 따뜻하던 가을이었는데 이젠 겨울입니다.
정말 온 정성을 쏟아서 지원서를 쓰고, 극도로 긴장하면서 면접을 하고, 신경이 곤두서서 두어달을 보냈는데
내내 아무것도 못하고 이 한줄이 더들어갔으면 어땠을까, 이렇게 대답하지 말고 저렇게 대답했더라면 어땠을까.
아무 연락이 없으면 연락이 없는대로, '선생님은 훌륭하셨으나 다른 지원자가 너무많아-'로 시작하는 연락을 받으면 받는대로,
내가 못나서 잘못해서가 아니라고 의미없는 후회와 자책이 가득했던 몇달을 보내고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고 있던 와중에
착불로 반송된 지원서류가 마지막 한방으로 꽤나 아프게 상처난 자존감을 파고드네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지원을 하기는 했지만, 더는 못할 것 같네요.
이정도 정성과 노력이면 그냥 제가 있는 곳에서 이만큼 하며 살아도, 이젠 그만 쉽게 살아도 되는게 아닌가 싶어요.
저는 이제 더이상 여기 들어와보지 않을테니 격려의 말씀도 필요없고,
다만 저같이 고생하고 상처입고 좌절하고 계신분들께 동병상련의 마음이나마 전하고 싶어 글 남깁니다.
저는 이제 접지만, 다른 분들은 힘내시고 건승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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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 보면서 한 말씀...

원글님의 글을 읽고 남일 같지 않아서 한말씀 드립니다.

저도 십 수년 전에 원글님과 비슷한 상황이었던 생각이 납니다.

나이는 40을 향해가는데 결혼도 못했었고, 가진 돈도 없고 물려받은 재산도 없고,

일명 보따리 장사 한다고 여기저기서 설움 받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때 선배 교수님들께서 "열심히 한 사람들 중에 자리 못잡은 사람 없다" 라고 하시는데,

솔직히 하나도 위로가 되지 않더군요. 

캄캄한 터널 속에 서있는데 반대편에서 뭐가 달려 오는지 보이지 않는 그런 상황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대충 따져도 학위 취득 후 족히 서른 다섯 번 이상은 원서를 썼던 것 같습니다.

대부분 서류전형에서 탈락했구요. 

철물점 앞을 지날 때 마다 노끈을 하나 사서 가야 하나 생각도 했었습니다.


논문이 적은것도 아니고, 경력이 적은 것도 아니고, 강의를 못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영어를 못하는 것도 아닌데....

하니 결국에는 학벌이 문제인가 뭐 이런 자괴감이 들더군요.

연구실적은 얼마든지 남들보다 앞설 자신이 있는데, 학벌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으니 뒤로 돌아갈 수도 없고 참 암담하더군요.


그래도 저는 포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포기하면 더 이상 할 것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뭐가 되든 끝가지 간다는 생각 밖에 없었습니다.

솔직히 연구실적은 타 지원자보다 부족했던 적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가장 큰 원인은 학과에서 원하는 전공이 아니라는 것도 큰 이유 중의 하나였다는 것을 교수가 되고서야 알았습니다.

내 능력과 상관없이 학과에서 원하는 전공이 아니면 능력과 상관없이 선택받지 못하는 것이니까요.


왜냐하면 제 전공을 원하는 대학에는 너무나 쉽게 자리를 잡았기 때문입니다.

그냥 학과에서 먼저 연락이 왔고 그렇게 자리를 잡았고 어느새 중견 교수의 위치에 있습니다. 

이제는 제자를 교수로 만들기 위해 일하는 입장에서 제자들이 좌절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제 실험실 제자들은 다 압니다. 아무리 상황이 나빠도 우리 지도교수님 보다는 상황이 낫다는 것을요.


원글님께서 모르긴 해도 저 보다는 좋은 대학(?) 출신이 아닐까 생각하고, 

저보다는 덜 실패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실패하는 많은 지원자들 중에 능력이 부족한 사람도 있지만, 학과가 원하는 사람이 아닌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상대적인 평가입니다. 


그냥 먼저 공부한 형님 오빠 누나들이 자리 잡으면 그 다음에는 내 차례가 오는 것입니다.

원글님의 실적이 타 지원자에 비해 평균 50% 정도 이하 수준으로 계속 유지가 된다면 포기하시는게 맞습니다.

비슷비슷 하다면 반드시 내 차례는 옵니다.


포기한다고 했으니 깨끗하게 마음을 비우시고 딱 3년 만 더 시도하시길 바랍니다.

자리 잡으시면 나중에 후배 학자들을 위해 포기하지 마시라 해주실 날이 올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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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글을 보면

익명17님의 지난글을 보면 이미 정출연에서 근무하시다가 현직 인서울 사립이신데 위의 글만 읽어보면
박사학위 이후 마치 전임교원에 수십번 지원하셨다가 임용실패만 하신것처럼 글을 써두셨네요.
매번 나가리되는 제모습과 비슷한줄 알고 많이 위로받았다가 좋은곳으로 이직하시려는
익명17 교수님의 모습에 사람은 항상 멈추지 않고 더 좋은 곳들을 찾는다는 생각에 부럽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하네요.
그 와중에 pioneer님의 글에 많은 위로 받고 갑니다.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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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oneer님께 또다른 질문

원글에 동감하면서 저도 포기해야하나 생각이 들던 차에 Pioneer님의 글에 많은 위로를 얻었습니다. 
논문수를 더 늘리면서 조금은 더 도전해보는 것이 맞겠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경험에서 나오는 조언이 더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한가지 질문은, 연구의 fit이 맞는 곳이 나타났을 때 networking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한 것입니다. 학부/석사에서 박사 과정을 갈 때 전공이 조금 바뀌었기 때문에 제가 박사로 전공한 분야에서 저를 아는 사람이 한국에는 별로 없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paper를 열심히 써서 실적을 쌓으면 기회가 오련지요? 아니면 국내에서 제가 전공한 영역에서 아는 사람(?)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련지요 (그런데 한국에 발판이 없는 상태에서 networking을 넓히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잘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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