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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쉬 박사 후 대기업 생활기...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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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박사학위 받고 바로 대기업 개발실에서 일하기 시작한 신입입니다.
지금 있는 곳은 코로나 시기 이전에 합격을 해놓은 상태였고, 졸업 후 바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업부소속 개발실에서의 생활... 날로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것 같습니다.
경력직으로 입사했다고 해서 OJT는 고사하고 업무관련 교육도 없이 바로 현업으로 투입되었습니다.

밖에서 보기에 한참 주가가 핫한 기업이라서 개발실에 박사도 많을 것 같은데, 아쉽게도 제가 속한 소파트에는 박사가 거의 없습니다... 
프레쉬 박사 입사동기들도 사실상 거의 없는 상황(분산입사)이어서 주변관계로부터 업무적응기에 관한 공감대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현업 Follow up하기에도 벅찬데, 위에 계신 분은 이것저것을 넌지시 요구하십니다(너가 적응할 만큼 긴 시간이 없다). 스트레스가 말도 못합니다...(업무적, 인간관계) 물론, 던지는 말에 제가 반응한 것일 수도 있으나.. 정서적으로 누적이되어 점점 더 큰틀을 바라보기가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입사 하기전에 연구실 선배들로 부터 익히 들어온 회사생활이지만, 직접 디테일을 경험해보니... 회의감이 몰려옵니다... 

'너는 작성한 것보니 차분한 성격에 회사보다 연구하는게 맞을 것 같은데'
'내가 ㅇㅇ다닐 때 3개월 다니고 그만두는 사람도 봤다. 너도 보니 ~년 다닌 후 경력으로 남기고 연구쪽으로 가는게 나을 것 같다'
학위 논문 심사해주신 교수님들의 말이 요즘 더 생생해 지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저는 소위 명문대 학석박 출신이 아닙니다. 중상위 수준의 학교에서 학석박을 했고, 작은 규모의 연구실에서 대학원생활을 했습니다. 선배들은 대부분 대기업 연구소, 개발실에 계십니다. 전공과 관련된 저널들의 IF가 2~3점대로 형성된 분야에서 공저자 제외, 주저자 8편을 학위과정동안 출판 했고(3편 이상 추가 출판예정), 해외경력은 없습니다.

소소한 이력이지만 연구가 그리워지고 있습니다. 그 힘들게 논문 쓰던 그 느낌이 그립습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포닥을 준비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당장 구할 수 있는 곳이 적당하지 않겠지만, 찾아보려 합니다.
부모님은 매우 실망하시겠죠...


저처럼 대기업 개발실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포닥을 선택하셨거나(연구자의 길), 아니면 그대로 대기업 정규직 생활을 선택하신 선배님들의 조언을 듣고자 글을 남깁니다. 선배님들, 또는 저와 같은 상황의 동료, 후배님들 어떻게 견디시고 계십니까?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글이며, 학위 후 대기업 생활을 비하하고자 하는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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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마다, 회사마다 다를 수 있지만..

아마 학교로 옮긴 사람 중에 저만큼 오래 회사생활 하고 옮긴 분들은 드문 편일 겁니다.
일단 최소한 제 주변에는 없을 정도니..

회사 참 재밌게 다녔고, 좋은 회사를 딱 좋은 시기에 다녀서 돈도 좀 모았습니다.
그러 던 중 임용이 되어서, 돈도 좀 모았는데 이제 시간 좀 가져볼까 하는 마음에 학교로 옮겼네요.

제가 회사를 재밌게 다닌 내용 등을 참고하시라고 적어봅니다.


- 사기업에서 박사는 특별한 존재다.
하다못해 사기업 중 RnD에서 고학력자가 가장 많을 것이라 생각되는 S전자에서 조차도 박사는 특별한 존재입니다.
별로 없어요. 잘 쳐줘야 10%? 석사도 잘해야 30%? 대부분이 학사입니다.
학사라서 문제는 아닌데.. 이 분들은 박사들에게 약간의 부러움+질시+열등의식+기대고싶은마음 등 다양한 감정을 가집니다.
직급과도 상관없어요.
사기업은 학사,석사,박사 따질 것 없이 거의 연차대로 진급합니다.
그러니까 당연히 '임원을 제외한' 보직은 대부분 학사가 차지합니다. 혹은 학사인데 회사에서 석박사를 연수 보냈던.
 
학사들 특징이 있죠. 박사는 잘 할 것 같고, 다 알 것 같고, 능력이 있으니 쉽게 배울 것 같고..
그냥 학사들이 몰라서 그래요. 다 똑같은 사람이고, 똑똑해서 박사하는 것도 아닌데 ㅎㅎ
저는 그냥 자존심 버리고 '어유 제가 이런걸 어떻게 해요', '하하하 그 시간에는 조금 어려울 것 같은데요~' 라면서 운 띄워놓고 시작합니다.
물론 저는 업무능력에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고, 업무로 인정도 받았습니다.
그러나 처음에는 힘들었죠. 3개월만에 제가 책임지는 과제 시작했구요.
자존심 다 버리고 물어보면서 시작했습니다. 


- 또라이들을 빨리 구분해야 한다.
위 내용에서 연결됩니다.
학사들은 박사들에게 특별한(?) 감정이 있는데, 이게 경쟁구도가 되는 -2 ~ +3년차 정도의 연차 차이에서는 마이너스로 작용합니다.
사기업은 기본적으로 경쟁구도가 생기게 됩니다. 고과경쟁 심하고, 진급때 스트레스 많죠.
그러니 아직 진급 걱정할때도 아닌데 묘하게 견제를 하려고 합니다.
생각해보세요. 학사 입장에서 자기의 경쟁상대가 될 지도 모르는 사람이 박사에요.
박사는 그냥 무서운 존재입니다. 기업의 10% 밖에 되지 않는.

제 경우 처음 왔는데, 꼴랑 연차 +1 짜리가 나이 많다고 아는체 하고 가르치려 하더라고요.
그래서 웃으면서 피했습니다. 'ㅎㅎㅎ 뭐 책에 보면 나오겠죠. 알아서 할께요 ^^'
그때부터 퇴사때까지 대화 1번 한적없고, 도움 받은 적도 없습니다. 대체로 또라이들은 실력이 없으니 그래도 됩니다.


- 경쟁구도를 벗어난 선배들, 그리고 후배들과 친하게 지내라.
박사들은요. 필연적으로 적이 생깁니다. 또 위와 연결되네요.
뭔가 오랜시간 같이 일한 것도 아니고, 학사들보다는 특별하니까 견제하는 사람이 당연히 생기죠.
그러나 경쟁할 이유가 없는 +5년차 이상의 부서 선배들, 그리고 부서후배들에게는 인기가 많습니다.
특별한건 사실이니까요. 그들 입장에서는 박사랑 친해서 나쁠게 없어요.
아는체는 조금 하되 항상 겸손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적극적으로 물어보세요. 차도 많이 마시고.
재밌는 사실은.. 이런 사람들이 나를 가장 지지해주고 보호해줍니다.


- 책임감은 조금 내려놓으세요.
박사들 책임감 있죠 당연히. 박사학위는 똑똑해서가 아니라 집요해서 받는거라고 하잖아요.
집요한 성격이 없었더라도 당연히 생기게 됩니다.
집요하니 책임감도 생기죠. 회사일이 솔직히 말도 안되고 어려운일 없어요. 하면 어떻게든 되니까 밤새서라도 하게되죠.
그럴 필요 없습니다. 그냥 회사생활 1년차때는 사원만큼만 하자, 2년차때 선임만큼만 하자, 3년차부터 책임만큼 하자라고 생각하세요.
저도 마찬가지였죠. 연구랑 업무가 완전 다른데 박사라도 별 수 있습니까.
거의 4년차까지는 욕 안먹는 정도만 했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에 업무가 익숙해지니 대학원때 배운 지식들과 요령이 합해지면서 포텐이 터지더군요.


- 그러려니.
내가 잘하던 못하던 내 고과에 큰 변함은 없습니다. 대충 다니세요.
대충 다니라는게 막 놀고 막나가라는 걸 말하는건 당연히 아닙니다.
적당히 할 것만 하고, 일 너무 많으니 조금 징징대기도 하고 하셔야 합니다.
그거 열심히 한다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요. 
조금 인정 못받으면 어떻습니까? 인생은 마라톤과 같습니다.
저는 회사에서 야근 강요를 해도 안했고, 적당히 잘 다녔습니다. 고과로 협박해도 야근 안했죠.
아무일 안생깁니다. 적당히 도망가고, 약속 있으면 약속도 가고, 눈치줘도 적당히 웃으며 넘기고 하세요.


- 박사가 사기업을 경험한다는 것은 매우 귀중한 경험.
최소한 공학에서는 사기업 기술을 학교나 기관에서 못 따라 갑니다.
하다못해 다시 학교나 연구기관으로 간다고 해도 회사에서의 개발환경과 개발능력은 매우 큰 도움이 됩니다.
지금 생활이 녹록치 않으니 이 글을 적으셨겠죠.
마인드를 조금 바꾸시면 어떨까요?
수십년 나를 먹여살려줄 기술을 지금 배우는 거다.. 라고.
내 인생을 바꿔줄 지식이나 기술을 배울때는 힘들어도 즐겁잖아요.
전 회사를 나왔지만 여전히 세계수준의 기술을 가지고 있고, 이 기술로 얻는 수입이 교수 월급 보다 큽니다.


- 마지막으로..
실적 만료되기 전에 학교로 가십시오.
저 처럼 사기업 즐겁게 다닌 사람도, 조직생활이 조금 답답해서 못 견디겠더군요.
어짜피 나올 거라고 생각하면 즐겁게 회사생활 하세요. 그 곳은 보물창고입니다. 창고에서 뭘 꺼내갈지는 질문자의 선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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