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아이는 불안하다: 영어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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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동안 미국에 있었으니 아이들은 영어를 잘하겠어요.”
연수를 다녀왔다고 하면 부모들은 아이들이 영어가 얼마나 늘었는지를 가장 궁금해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에 가기 전보다 정말 많이 늘었다. 전에는 그래도 아빠가 영어를 가장 잘했는데 이제는 큰아이가 더 잘한다. 아직 작은아이보다는 내가 낫지만, 작은아이는 자기가 집에서 가장 영어를 잘한다고 생각한다.

“영어 학원은 다녀야 해요.”
큰아이는 자신이 한국에서 영어 학원을 다니지 않았으면 미국에서 잘 적응하지 못했고 영어가 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아이를 영어 학원에 언제 어떻게 보내야 할지 아내와 나는 고민이 많았다.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의견이 천차만별이었다. 만 2~3세부터 다니게 해서 일찍부터 영어에 노출시켜야 한다거나, 영어 학원에는 절대로 보내지 않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어린 시절 외국에서 살았다. 만 5~7세, 두 살 아래 동생은 만 3~5세의 나이였다. 외국인 학교와 유치원을 다니면서 영어에 노출되었다. 당시 동생은 유치원생이었으니 사실 영어를 정식으로 배운 것은 아니었다. 그러고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대학생이 될 때까지 둘 다 외국에 나가지 않았다. 그리고 아버지의 연구 년으로 1995년 여름 우리 가족은 미국 시카고에서 1년 동안 살았다. 동생은 노스웨스턴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갔다. 수업 첫날 동생은 울고 들어왔다. 수업 내용을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영어 실력이 미국 수업을 쫓아갈 정도는 아니었다는 뜻이다. 동생은 이 시기에 미국에서 재미교포인 남자친구를 만났고 나중에 그 친구와 결혼했는데, 이 친구를 만난 이후로 영어가 급속도로 늘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에 영어에 노출된 경험이 어딘가에 잠재되어 있다가 꽃을 피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까지 본다면 ‘그럼 최대한 어릴 때부터 영어를 배우게 해야겠네.’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어느 정도는 동의한다. 어린 나이에 영어를 ‘학습’시키는 것이 아닌, 영어에 ‘노출’시킨다는 점에서는 말이다. 그렇지만 내가 보다 초점을 맞추고 싶은 것은 큰아이에 대한 것이다.

유학이나 연수 등 아이를 데리고 외국에 갈 생각이 있는 부모는 영어에 대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영어 학원을 보내는 것만으로 충분할까요?” “원어민 선생님을 일대일로 붙여 미리 공부시켜야 하지 않을까요?” “말이 안 통해서 아이가 학교생활을 제대로 못하면 어떡하죠?” 언어가 통하지 않으면 아이는 정서적으로 위축될 수 있고, 심한 경우 불안 장애, 우울증, 등교 거부 같은 증상을 보일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아이가 떠나기 1~2년 전부터 영어 학원에 보내는 게 아이의 현지 적응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영어 학원의 글쓰기나 토론 수업이 미국 학교 수업에 적응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영어 학원의 토론이나 프로젝트 수업도 한국의 초등학교에서는 경험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토론 수업에서는 시사, 과학, 사회 분야에서 논란이 되는 주제에 대해 찬성 팀과 반대 팀으로 나누어 토론을 했다.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와 이유를 설명하고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하는 것은 초등학생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겠지만, 이것 역시 훈련을 할수록 잘하게 되었다. 이런 수업이 미국 학교 수업 방식과 가까웠기에 아이가 학업에 보다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이와 해외연수’는 책 《아이를 외국 학교에 보내기로 했다면》(김재원, 김지인 지음/웅진서가)의 일부 내용을 발췌해 연재합니다. 서울대 소아정신과 교수 아빠와 중2 딸이 2년 동안 미국에 살며, 하나하나 겪고 함께 쓴 아이 적응 지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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