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독문과만의 일이던가
  • 공유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인쇄
  • 즐겨찾기

- 대학에서의 투명성과 공정성, 도덕성문제 -



1월 초에 한 강사의 인터넷투고로 불거져 나온 연세대 독문과 교수들의 연구비횡령과 교수임용비리 의혹이 한국의 대학가를 시끄럽게 한 모양입니다. 아직 교수임용을 둘러싼 부분은 법정판결까지 가야 하는 부분이라 어떤 결과가 나온 것이 없는데, 연구비횡령부분과만 관련을 하면, 사건이 불거져 나온 그 이후 1월 중순부터 학술진흥재단이 연구비집행에 대한 실사를 벌여 "연세대 독문과 소속 일부 교수들이 연구비의 10.5%를 목적이 아닌 곳에 부당하게 사용했다"는 조사결과를 9일 교육부에서의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했습니다.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독문과를 포함한 연세대 어문학부 소속 교수 5명은 재단이 지원한 연구비 11억9000여 만원 중 1억2000여 만원을 지급목적과 다른 곳에 부당하게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 한두번 접한게 아니죠? 그리고 이게 어디 연세대 독문과만의 일입니까?

그래서 더더구나 짜증이 납니다. 벌써 몇번이나 공론화된 사건들이 있었음에도, 그리고 얼마만큼 썩어있는지 이미 드러날만큼 드러났음에도 대학사회의 곪은 부분들이 도려내어 지기는 커녕 그때 그때마다의 당장의 불끄기로 끝이 났었습니다. "학술진흥재단의 조사결과 발표를 접한 연세대 총학생회와 대학원 총학생회, 독문과사태 학생진상규명위원회는 10일 오전 10시 연세대 학생회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는 동시에 향후 계획을 천명"함과 아울러 "이번 사건이 대학사회가 환골탈태하는 시발점이 되기를 희망했다"고 하는데, 글쎄요. 워낙에 곪은 환부가 크고, 또 오래동안 방치되어 온 중증이라 분명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결코 눈을 떼지 말아야 할 일이고, 더 많이 까발려져야 할 뿐만 아니라 보다 더 단호하게 대처해서 이제부터라도 모종의 변화들이 생겨나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일이 생겼다는 것에 대해 특히 학문의 길을 가는 이들은 수치스러워해야 합니다. 밥그릇챙기기만 하다 보니 그러한 수치심마저도 없어진지 오래인지도 모르죠.

너무나 당연히 한국의 교수사회라고 해서 문제거리들만 있는 것은 아닐겁니다. 하지만 연대적 책임의 문제에서 한국의 교수사회는 결코 자유롭지 못합니다. 물이 썩었다고 할 경우, 그 물속에 같이 논 이들에게 일차적인 책임을 묻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게다가 한 사회가 가진 문제는 비록 스스로가 그것을 만들지 않았다손쳐도, 공동의 책임의식을 가지지 않는한 결코 바뀌지 않습니다. 제 2, 제 3의 문제거리들이 용인과 무관심 속에서 재생산되기 때문이고, 문제거리의 길이 가능함을 아는 이상 그 길에 감염되는 이들, 그리고 배운 도둑질 버리지 못한다고 또 동일한 길을 가는, 심지어 선호하는 이들이 분명히 생겨나죠. 그리고 연대책임의 문제를 가지고 본다면, 한국사회의 교수들이 향유하는 군사부일체식의 권위와 존경은 한마디로 부당한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요즘 대학생들의 취업문이 너무도 좁다 보니, 그래서 점수따기에 목숨을 걸어야 하다보니, 대학의 학생과 교수사이에서 교수들이 가진 표면적인 권위는 더 높아진다고 하더군요. 이건 참 아쉬운 일인데, 사회적으로 주어지는 권위란 그것이 단순히 자리값이 아니라, 사회적 역활과 의무 속에서 주어져야 하는 것인데, 기본 소양과 양심마저도 없다면 더 이상 그러한 권위를 부여할 필요가 없는거죠.

연세대 총학생회 등이 배포된 보도자료를 통해 "건강한 대학사회를 일구기 위해서는 투명성과 공정성, 도덕성을 보장할 수 있는 안전장치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는 동시에 "연구비의 개인적 유용은 명백한 범죄행위이므로 보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형사고발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하는 것처럼, 연구비횡령은 명백한 범죄행위입니다. 이것에 대한 인식부터 해야 하고, 이런 일을 한 이들은 교수이기 이전에 범죄자로서 다루어져야 합니다. 근데 정치권을 비롯하야 도처에서 그리고 장기간 부정비리와 부패가 용인되다 보니 이미 사회에 불감증이 만연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연세대 총학생회와 독문과사태 진상규명위는 향후 "비리혐의 교수 강의거부, 임용비리 혐의가 제기된 교수의 임용과정 공개요구, 비정규직교수노조와 연대해 관련사건 형사고발 및 행정소송 진행, 연구비 유용 교수들에 대한 징계요청, 비정규직 교수 처우개선책 마련 등"의 운동을 전개할 방침이라고 하던데, 앞으로의 추이가 주목되어 집니다.

그런데 이번 일은 독일유학과 관련하여 봤을 때 더더구나 비통한 소식인데, 특히나 바로 다음의 사실들과 연관지어 보면 더욱 그러합니다:

독일과 관련된 학문들이 지금 좀 심하게 표현해 죽을 쑤고 있는 상황인데, 이것에는 사회적으로 조건지워진 측면들도 있지만, 바로 독일과 관련된, 특히나 자리를 꿰차고 있던 이들이 양산해 낸 것들에서 먼저 일차적인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게다가 만약 독문과에서 연구비가 유용, 횡령이 되었다면 뭔 말을 더 하겠습니까. 그리고 우스개소리로 그런 말을 합니다. 제자가 교수에게 와서 독일유학이야기를 꺼내면, 고생은 되겠지만 함 해봐라 할 것이고, 근데 만약 그 교수의 자녀가 독일유학의 꿈을 이야기 한다면 당장 때려치우라고 할 거라는 거죠.

그리고 아울러서 인문학은 통상의 경우 참으로 배고픈 길입니다. 그럼에도 나름의 사명감을 가진 이들이 연구활동을 꾸준히 하기 때문에 그나마 명백이 유지될 수 있는 것인데, 강사연구비를 유용해서 뭘 어쩌겠다는 겁니까.

게다가 유학생들이 유학을 나오게 된 이유들에는 학문적인 요소들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학문 외적인 요소들에 의해 추동된 면들도 많지요. 예를 들어 학벌과 간판간의 차이, 학과내의 파벌싸움, 시달리는 잡무와 교수똥딱아 주기, 연구성과 빼앗기기 등을 벗어나기 위해 유학보따리를 싸는 경우들이 분명 있습니다. 심지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데, 당연히 주어져야 할 수고비까지도 교수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 비일비재 합니다. 게다가 자리를 차지하고있는 이들이 제대로 했다면 학문 내적인 요소들도 지금보다는 훨 더 나아졌었겠지요.

그런데 대학사회가 썩어 있으면 그 사회의 앞날은 결코 밝지 않습니다. 바로 대학사회가 비판의식의 산실이기 때문이고, 특히 인문학은 사회적 전형의 문제를 가지고 고민해야 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독일 역시 여러 문제들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대학과 학교는 비리에서만은 자유롭고 또 그 점에서만큼은 사회적 신뢰를 얻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한번 가정해 보지요. 만약 위와 같은 일들에 대해 독일의 교수나 대학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자리가 주어진다면, 그래서 한국의 교사들은 돈봉투를 챙기고, 대학사회는 비리의 온상이며 이러저러한 잡음들이 항상 일고 있다고 이야기 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글쎄요 쪽팔려서라도 아마 아예 이야기를 끄집어내지 못할겁니다. 밖에 나와 있다해서 그 나라의 물에 들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똑 바로 배워갈 필요는 있고, 그것은 책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독일의 교수사회에서도 교수들의 나태함을 탓하는 소리들이 있기는 하나, 연구비를 횡령하거나, 거들먹 거리며 제자들을 마치 종처럼 부리는, 그리고 제자들이 이루어낸 성과를 가로채거나, 그들에게 돌아가야 할 몫을 주지 않는 짓은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어느 사회에서나 통용이 되어야 할 보편상식이죠. 그리고 이런 보편상식도 지키지 않은 이들은 교수이기 이전에 이미 그 자체로 문제거리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범죄자들입니다.

이 글 아래에다 독일에서의 교수와 제자와의 관계, 그리고 독일의 대학사회에서 투명성과 공정성, 도덕성이 어떻게 보장되고 있는 지를 전하는 글을 실어 둡니다. 한국에서 이공계 대학원생들이 보수를 받기는 고사하고, 심지어 주어진 보수까지 교수에게 뺏기는 일이 벌어진다는 소식을 접하고 대학원생들의 연구활동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즉 댓가를 요구할 수 있는 노동인지, 아니면 당연히 무보수로 해야 하는 일인지 등에 대한 논의가 일전에 있었는데, 그때 독일에서 유니오프로페소로 재직하고 계신 분이 적으신 글입니다:

작성: 2003년 6월 5일

우선, 지금 논단 게시판에 연구비 이야기가 나와서 독일의 연구비 수혜, 관리에 관한 얘기를 함 해 보겠습니다.

전 작년 가을 미국에서 포닥후 독일의 한 대학에 신진학자라는 생소한 이름으로 옮겨 왔습니다. 요즈음 기존의 하빌리타치온의 대안으로 미국의 조교수를 본따만든 Junioprofessor나 그와 유사한 제도들이 생겨나고 있는데 제가 그 새로운 제도의 일세대라고 보시면 될겁니다.

학교에서 주는 정착 연구비 만으로 독자적인 연구가 힘들기 때문에 이곳에 온 직후 신진학자들에게 주어지는 외부 연구비를 독일연구재단(DFG)에 신청했습니다. 그리곤 몇주 전 그 연구비가 허가가 났는데 올해와 내년 제 연구그룹에 주어지는 돈이 약 45만 유로입니다. 제 전공이 공대쪽은 아니고 순수과학 (화학, 물리)임을 감안했을때 상당히 많은 돈이라고 여겨집니다. 저같은 풋내기가 이런 돈을 받으니 정교수들이나 막스플랑크연구소 소장들은 얼마나 많은 돈을 연구비로 쓰는지 상상 가시겠지요.

그럼 이 연구비가 어떻게 관리 되는지 좀 자세히 적어 보겠습니다.

이 연구비 45만 유로가 개인 통장에 입금이 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아쉽게도(?) 그렇진 않더군요^^.
학교에서 저에게 제 연구비 구좌번호를 알려주고 제가 사고싶은 기자재가 있으면, 장비이름과 제 구좌번호를 적어서 학교에 제출을 합니다. 그러면 학교에서 해당 회사에 주문을 하고 제 구좌에서 돈을 지불해 주는 식입니다. 그러니까 제 연구비 임에도 본인은 구경도 할수 없는 것이지요(이 부분은 미국도 동일한 것으로 압니다.)

또, 1000유로가 넘어가는 물품을 살때는 꼭 2개이상의 회사제품의 가격비교를 하는 것이 의무화되어 있고 특정한 회사제픔을 선택했을때는 그 이유를 학교측에 제시해야 합니다.

한국에선 세부적인 항목의 임의 변경(예를 들면 연구원 인건비를 기자재로 전용)이 흔하게 일어나고 있는데 이것 역시 독일에선 상상하기 힘든 일입니다. 앞에 말씀 드린 제 연구비 구좌들은 모두 4개로 기자재용, 인건비용, 여행비용 그리고 소모품용 으로 분류가 되어었고 다른 용도로의 변경은 허락 되지 않습니다.

연구비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인건비이며 제 그룹엔 박사과정 한명과 포닥한명을 고용할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이 박사과정/ 포닥과 학교사이에는 고용관계가 성립이 됩니다. 박사과정은 세금과 연금, 보험을 제하고 약 1500유로정도(BAT2a3/4), 포닥은 2000유로정도(BAT2a)의 월급을 받고, 박사과정 경우 한국이나 미국과 달리 등록금은 없으니 월급은 다 생활비로 쓰여질 수 있습니다.

학교측과 고용계약을 하고 정해진 월급(교수임의가 아닌)체계를 따르게 되니 독일에선 박사과정도 학생이라기 보단 노동자로 여겨지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사진출처: www.hansueliurwyler.com/ urwyler-award.html
참조 한국기사: http://www.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menu=c10500&no=146908&rel_no=3

기사출처: "독일에 대한 이해를 라이브로 업그레이드 시키는" 저머니라이브 ( http://www.germanylive.net )
즐겨찾기
추천0
위로가기
전체보기
메뉴는 로그인이 필요한 회원전용 메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