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희한한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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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새 해 복 많이 받으세요 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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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으로 느껴보는 독일병 -



오늘 아이랑 구강외과에 다녀왔다. 이빨들이 자리를 좀 잘못잡았는데, 이제 교정을 할 때가 된 것이다. 참 오래도 끌었다. 작년부터 병원에 갔는데, 아직은 이가 다 자라지 않아서 다음에 다시오면 할 수 있을거라는 말을 몇차례 들었고, 그러다 급기야 작년 12월에 때가 되어 사진을 찍고 검사를 했고, 오늘은 앞으로의 치료에 대해 의사랑 최종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때가 무르익어야 뭘 하는 것이 독일치과에선 너무나 당연한 것인지 모르겠는데, 아이 이빨이 좀 흔들리길래 치료하러 간 김에 뽑자고 하면 의사왈, 왕창 흔들려서 거의 저절로 빠질 정도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흐미 새 이빨이 올라오고 있는 것 같은디 .... 암튼 그렇게 몇번을 기다리다 보니, 결국 교정까지 하게 된 것인지 -.,-

근데 한국에서 치료비가 장난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내심 걱정을 좀 했다. 독일의 경우 물론 의료보험혜택을 어느 정도 본다는 이야기는 들었었는데, 치아교정은 이번이 처음이라 자세히 알지 못하던 사정이었기도 했다. 담당의사가 그 사이 치료승인신청을 의료보험조합에 했고, 며칠 전에 의료보험조합에서 치아교정을 승인한다는 편지가 왔었는데, 그 편지에는 20%를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근데 예상 치료비의 총액을 모르니 대체 20%가 얼마나 될 지 알턱도 없고. 그리고 편지에 보면 요상하게도 나중에 돈을 돌려 받는다는 문장이 있었는데, 이건 또 뭔 소리인가 싶기도 했다. 당연히 돈을 지불하고 치료를 받던 한국에서의 경험이 아직도 뇌리에 박혀 있고, 또 얼마전에 와이프가 산부인과에서 어떤 특별검진을 받았었는데, 돈을 돌려 달라고 조합에다 편지를 보냈두만 이건 자비로 부담하는 것이라며 거절당한 적도 있던 터라 미심쩍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자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 그 사이 의사가 바뀌었음에도 손님들은 여전히 많고, 근데 새 의사가 업무를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서인지 기다리는 시간이 무척 오래걸렸다. 누가 인사를 하길래 돌아 보니 와이프의 외국인친구가 아이랑 같이 와서 미리 대기하고 있던 중이었다. 우리보다 일찍 치료를 마치고 그들은 먼저 가고, 한참 뒤 결국 우리 차례가 되어 의사랑 마주 앉았다.

바쁜 와중에도 친절하게 앞으로의 치료에 대해서, 그리고 경비가 어떻게 부담이 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줬는데, 요점은 그렌쯔팔이긴 하나 치료의 확실성을 위해 교정쇠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 그리고 소요기간은 18개월 + 알파라는 것, 의료보험에서 부담하지 않는 어떤 장치가 있는데 치료의 효과를 위해 권하고 싶다는 것, 돈은 일시불이 아니라 나누어 낸다는 것, 곧 두번의 약속을 잡아서 교정쇠를 하는데, 한번은 오전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날 아이가 학교에 가지 못할 것이라는 것, 그러나 사유서를 써 주겠다는 것 등등이었다. 워낙에 바쁜 와중이라 궁금해 했던 총치료비와 분담액이 얼마인지에 대해 물어 볼 수가 없었다. 하긴 뭐 증상에 따라 치료비가 다른 것이라 일괄적으로 이야기하거나 처음부터 산출해 낼 수는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대충은 알고 있는게 좋겠다 싶어 약속시간을 잡아주는 비서에게 한번 물어 봤다. 치아교정의 경우 통상 약 3500오이로가 든다는데..... 흐미.... 현재의 환율로 계산하면 500만원이 넘는 거금이잖어 @.@ 근데 거기서 선택사항인 200오이로는 사비로 부담하는 장치비이고, 나머지에선 20%를 부담하면 된다고 했다. 그리고 그때 그때 부담액은 달라지며 3달 간격으로 나눠서 낸다고 했다. 근데 의료보험조합에서 보낸 편지의 내용이 맞았다. 즉 돈을 자비로 지불하면 나중에 그 돈은 다시 돌려받는다고 했다. 결국 보다 나은 효과를 위해 사비로 지불하는 장치 하나 빼고는 치아교정이 다 무료인셈이다. 세상에나 @.@ 근데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한 독일아줌마가 투덜거렸다. 원래는 100%를 처음부터 다 의료보험조합이 감당했었는데, 그것도 바뀌어서 그리 된 것이라 한다. 아 그리고 비서가 깜빡했다면서 이야기를 해줬는데, 자비로 지불한 돈은 3년 뒤에야 돌려 받는다고 했다....... 뭐이 3년? 하이고......

아이랑 집에 오던 길에 내 어린시절로 잠시 생각이 흘렀는데, 그 당시 다친 적이 많아 왕왕 병원에 장기간 입원해 있었다. 근데 그것은 집에 너무나 큰 부담이었는데, 그때는 의료보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디 감히 이빨교정까지 할 생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물론 지금은 의료보험이 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부분일뿐이고, 그것을 감당하지 못해 고통받는 이들도 역시 수두룩하며, 게다가 또 어디 이빨교정을 공짜로 할 수 있을까.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근데 이 독일이라는 나라는 오복 중의 하나라고 일컬어지는 치아교정까지 18세 이하에겐 공짜로 해주니........ 허 그참..... 희한한 나라다. 그리고 사회보장법이 작년에 대규모로 바뀌어서 독일인들이 사민당에 등을 많이 돌렸는데, 사회보장법이 민초들에게 불리하게 바뀌고 나서도 치아교정이 공짜인 나라 독일은 대체 뭔 나라일까? 한마디로 참 희한한 나라다. 근데 독일에 살면 살수록 희한한 나라라는 생각이 더욱 많이 드니 그건 또 왜 그럴까? 이것도 참 희한하다. 하나는 여기서 분명한데, 그 희한한 나라가 희한한 나라가 된 배경에는 반드시 돈만 있는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게 뭘까?

한국의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독일병"이라는 말이 당치도 않은 말이지만, 설령 그것이 정말 병이라고 억지가정을 해봐도 독일병에 함 걸리고 나서, 사회국가의 맛을 함 향유하고 나서 내일을 이야기 하고 싶다. 그리고 그 맛을 본 이들은 그 맛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노력해야 할 지에 대해서도 당연히 또 고민들을 하겠지. 그런데 독일병이 오히려 정상이고 독일병이라 하는 이들이 비정상인 것이 아닐까? 그리고 독일병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이들은 바로 그 독일병의 이름이 보다 나은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Sozialstaat라서 그런 것은 아닐까? 나누기 싫어하는 이들에게 이것은 무척이나 무서운 것이지.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나눌줄을 모르는 것은 또한 너무나 당연히 병이기도 하고.


기사 출처: "독일에 대한 이해를 라이브로 업그레이드 시키는" 저머니라이브( http://www.germanylive.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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