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호 독일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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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혁을 추진중인 독일의 고민, 그리고 먼나라 한국 -

이 글은 사람소리독일(http://saramsori.new21.net/europa.htm)내에 있는, 사안에 따른 독일인들의 생각과 그들의 생활상을 소개하는 한 게시판에서 독문으로 소개한 17일자 AP통신의 기사 "Bundesbürger sind reformbereit wie nie zuvor"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어제 있었던 바이에른주의 선거와도 연관을 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소개한 기사의 첫문단에 현재 독일정부가 추진중인 개혁과 관련해 어디에 어려움이 있는가 하는 것에 대한 핵심적인 이야기가 있는데, 독일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선 이제 많은 수의 독일인들이 동의를 합니다. 그러나 스스로 희생하려는 생각을 하는 이들은 많이 드뭅니다. 바로 이것이 딜레마입니다: Trotz Zukunftsangst und Furcht vor tiefen Einschnitten ins soziale Netz und ihre Haushaltskasse sind die Bundesbürger so reformbereit wie nie zuvor. Ihre Bereitschaft, selbst Opfer zu bringen, wächst - allerdings nur zögerlich.

그리고 비록 그야말로 노련한 정치"꾼"인 기사련당수 슈토이버의 선거전략(바이에른은 독일에서 제일 잘나가고 있당, 그러니 우리는 걱정하지 말장!)탓도 있지만, 바로 이 점에서 어제 바이에른주의 선거에서 현재 개혁노선을 걷고 있는 사회당이 참패하기도 했고요. 그럼에도 독일의 정치가들이 할 일은 바로 개혁의 필요성을 알려내면서 사회적 동의를 지속적으로 형성해 나가는 것에 있습니다. 현재 독일이 안고 있는 문제들은 적녹연정에 의해 양산되었다기 보다는 근 30년동안 쌓였던 문제들이 지금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고, 또 사회의 노령화에 기인하는 바도 있는데, 이것들을 그냥 두었다가는 더 열악한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기때문에 지금은 욕을 얻어 먹을 지라도 행동을 해서 어떤 대비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시기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바로 여기서 슈토이버는 기민련과 기사련이 공동보조를 취하는 그룹내에서 오히려 가장 반개혁적인 인물이고, 인기영합적이며 책임전가에 능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서도 개혁문제는 쟁점화시키지 않으려고 했고요. 외국인정책과 터어키의 유럽연합가입문제에서도 가장 극우적인 발언들을 일삼기도 하죠.

바이에른주의 선거가 있었던 어제밤에 독일에서 인기있는 토론프로그램 사회자인 Sabine Christiansen이 진행하는 TV토론회가 있었는데, 이번 선거의 영향에 대한 분석을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여기서도 당연히 위의 문제들에 대해 언급이 되었고, 그 중 특히나 베를린주의 수장인 보베라이트의 개혁노선과 관현한 언급이 아주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그의 말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우리는 무작정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불가피한 사정에 의해서 우리가 포기해야 할 5%의 희생으로 나머지 95%를 지켜내기 위한 것이다."

바로 이 언급에서 한국의 많은 보수언론들이 독일에 대해 얼마나 잘못 보도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독일이 자랑하던 사회보장제도의 전적인 포기가 아니라, 그것을 지켜내기 위해서 이제 5%를 양보하자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개혁이 성공해서 이들이 차후 가지게 될 95%는 한국의 그것과 비교하면 이미 질적으로 다른 차원의 것이지요.

또한 한국에서와 같은 그런 극심한 부익부빈익빈현상이 독일에 있는 것도 아니고, 벌어 들이는 만큼 사회보장을 위한 세금을 거두어 들이고 있기 때문에 졸부나 때부자가 양산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에게 해당이 될 5%의 희생에 대한 요구가 나름의 정당성을 가집니다. 그럼에도 좋았던 시절에 대한 미련과 관성을 가지고 있는 다양한 사회계층과 계급의 이해관계를 수렴하면서 동시에 개혁의 칼을 대야 하기 때문에 힘드는 것이죠.

하지만 어제 토론회를 보며 부러워했던 것은 바로 다양한 계층과 계급이 자신의 목소리를 수평적으로 낼 수 있는 구조가 독일엔 갖추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어제 지멘스의 회장과 노동조합인 베르디의 의장도 논의에 참여를 했는데, 지멘스회장이 "토요일날도 일하자!"라고 제안했다가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우파인 기민련에게 까지 공박을 받더군요. 물론 누구든 바른 소리를 할 때는 참여한 청중들에게 박수를 받습니다.

그런데 만약 한국에 이러한 것을 대비해 본다면, 즉 이제 우리 모두 희생하자 라고 한다면, 과연 이것은 정당성이 있는가?

한마디로 없습니다. 공존의 조건과 힘의 균형을 만들어 놓지 않은 상태에서 나오는 그러한 요구는 결국 또 다시 보다 나은 조건, 아니 훨 더 좋은 조건을 가진 이들, 즉 가진자들을 위한 못가진자들의 희생으로 귀결이 됩니다. 바로 이점에서 어불성설이고, 또한 사회통합이 이루어질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오늘자 머니투데이의 기사를 보니 노대통령이 "파업줄이고 해고 쉽게 하겠다"라고 파이넨셜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는데, 한국에선 결국 당하는 쪽이 정해져 있습니다.

어제 토론회에서 지멘스의 회장 역시 개혁이 필요함을 피력했는데, 특히나 자신이 생각하는 노동시장의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저임금으로 상품을 생산하는 나라들에 밀리게 되고, 또 기업이 그러한 곳으로 이전해 갈 수 밖에 없다"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러자 베르디의 의장이 "지멘스가 정부의 보조금없이 잘 해 올 수 있었냐?"고 바로 통박을 주더군요. 그때 함께 토론에 참여했던 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고, 청중들은 박수를 쳤습니다. 지멘스가 있는 바이에른주는 기업들에게 주정부가 가장 많이 돈을 퍼주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부의 보조금은 국민들이 낸 세금입니다. 곧 하나의 기업이 한 사회를 먹여살리며 유지시키는 것이 아니라, 한 사회란 세금을 내는 이들에 의해 유지되어 집니다. 바로 이 이유에서 기업이란 사회에 대한 빚을 지고 있는 것이고요. 그런데 임금이 높다고 밖으로 빠져 나가버린다면 왕싸가지의 문제가 생기는 것이죠. 물론 자본주의에선 싸가지가 밥먹여 주진 않습니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지점들을 똑바로 볼 필요가 있지요. 그리고 베르디의 의장이 한방 더 날렸는데, "너거들 잘 나갈 때 기술개발에다 투자하지 않고 왜 돈장사 했냐!"고요. 그러자 지멘스회장 왈: "흐미... 우리도 나름대로 기술투자를 했는디.. -.,-"

그러다 이야기들이 어디로 귀결되었냐 하면, 독일의 임금수준이 높은데, 그래서 저임금노동력을 가진 국가들과의 경쟁력에서 딸릴 수가 있는데, 바로 이 문제를 더 높은 기술로서 풀자가 되었습니다. 기술력이 있으면 좀 더 비싸더라도 팔리게 되어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또 바로 이 지점에서 독일이 가진 교육문제들에 대한 언급이 있었는데,,,,흠.....교육개혁은 노동시장개혁, 의료개혁이나 연금개혁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바라 보아야 합니다. 상호연관되어 있으나 특수성을 가진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어제 토론회에선 교육문제에 대해선 여러 언급이 없었기 때문에 이 정도로 마치고, 여기서 논의의 방향을 조금 바꾸면, 독일에 대한 이해는 전방위적으로, 그리고 중층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엔 속빈 강정밖에 안됩니다. 심지어 왜곡하기까지 하죠. 여러 일들이 상호연관성하에 놓여 있다는 것, 그러면서 동시에 감안해야 할 특수한 사정들이 있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이와 더불어 독일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또 그것을 위한 시각을 가져야 합니다. 독일의 정치권엔 우파와 좌파가 있지만, 이네들은 사민주의의 틀에서는 어떤 공통의 콘센스를 가지고 있거든요. 따라서 "최소한" 사민주의적인 시각, 공존의 상식을 가질 때에라야 독일이 가진 고민들이 눈에 들어 옵니다. 지금까지 독일에서 공부를 하고 간 이들이 많았음에도 한국에서 독일식의 모델을 제대로 음미할 기회를 만들긴 커녕 독일 제대로 알리기도 이루어지지 않은 면이 있는데, 이것은 간판따서 밥그릇챙기기하고 또 어렵게 공부한 독일을 빨랑 잊어먹자라는 것에서 기인하는 바도 있지만, 결국 시각 자체가 독일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시각이 아니었다라는 것의 반증이기도 하지요. 독일에서 공부한 이들은 책속에 빠묻혀야 한다는 어줍잖은 핑계거리로 대부분 침묵한 반면, 한국의 노동계와 진보정치계에서 독일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더 많이 알려냈고, 또 그리하려 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많은 한국인들이 독일을 다녀 가는데, 과연 여기서 뭘 얻고 갈까요?

암튼 공존의 상식이 통하는 독일이 비록 지금 어떤 문제들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나, 그래도 역시 독일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독일은 공존의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그들의 역사에서 많은 처절한 노력들을 해 왔다는 것입니다.

그럼 한국에서 지금 필요한 노력들은 무엇일까요?

긴 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독일에서 고민거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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