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위기론 2: 그럼에도 공감이 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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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거리
2003-05-26

< 그럼에도 공감이 가는 이유 >


좀 전에 세밀하게 다시 "이공계 위기"와 관련된 글들을 읽었습니다. xxxx의 발제글과 yyy님의 퍼온 글, 그리고 달린 댓글들.

xxxx이 정말 대단한 작품을 하나 만들었네요. 전 죽었다 깨나도 그 정도의 정성을 들이지는 못합니다. xxxx의 열정과 태도에 ....털썩!..무릎을 꿇습니다 ^^

그리고 가족들의 여러 진솔한 댓글들이 사정을 이해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제가 현장인력도 아니고, 더더구나 전공자가 아니기에 "감"의 수준 이상으로 표현하지는 못합니다.

어제 저녁시간에 "이공계 위기론에 시큰둥한 이유"라는 글을 적었었는데, 그 글은 주요하게 xxxx이 퍼온 글들 중 "[딸꾹] IT란 이런 것이다"에서처럼 (성공하려면 의대나 한의대 가라!)와 같은 투의 글에다 촛점을 맞추었습니다. 모두들 아시겠지만, 타인이 가진 밥그릇과 비교를 해서 자기의 밥그릇을 늘여달라는 주장은, 일면 인정해 줘야 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 그 보다 더 적은 밥그릇도 제대로 가지지 못한 이들이 있기 때문에 시큰둥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 외의 다른 글들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제가 비전공자이지만 오히려 수긍이 갑니다. 특히나 다음의 세가지는 제가 보건데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엔지니어로서 프라이드를 가지고 살게 해 달라!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조건이 안된다!
이공계의 위기에 사회구조적인 문제들이 작용한다!

한가지 부가 하자면, 여기서 프라이드는 물질적인 보상보다는 오히려 심리적인 보상과 종사하는 일에 대한 의미의 문제를 일컫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위의 세가지는 이공계에만 걸리는 문제들은 아닙니다. 타분야 전공자들에게도 해당이 되고, 사정은 더 열악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자연대와 공대의 사정이 다를 수 있고요. 그럼에도 공감할 수 있을 뿐만아니라 정당한 문제제기라고 전 봅니다. 솔직히 물질적인 보상에 대한 요구라 할 지라도 그건 인간의 본성상 너무나 자연스러운 겁니다. 그런데 잊지말아야 할 것은, 이공계의 위기문제는 그 자체로서의 문제와 (예를 들어) 대학에서 노털교수들의 밥그릇 챙기기하고는 구별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또 동시에 이공계 자체의 힘만으로 풀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거지요. 그리고 또한 엘리트주의적 발상, 즉 개인의 능력을 키우면 돼 와 같은 식으로 풀릴 문제도 아니고요. 따라서 슬로건 자체가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 봅니다. 즉 "이공계 위기"가 아니라, "한국 이공인들의 현실과 슬픔"에 대한 이야기로 읽혀야 할 것 같습니다.

국민학교부터 박사마칠 때까지 돈가져다 붇기만 한 것이 아니라, 능력없는 교수 똥딱이 해준다고 허송세월 보내다, 박사 되어서 나와 연구 좀 제대로 해 보려 하니, 조건은 열악한데다 시한부인생이 되는 모습들......... 차라리 밖으로 도망을 가면 속편한데, 그것이 쉬운 것도 아니고.....

한국과는 무언가 사정이 다른 독일과 비교해 보면, 박사마칠 때까지 등록금 가져다 바치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교수 똥딱이 해 줄 필요도 없을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의 운과 능력만 따라주면 박사과정에서는 생활비 지원받으면서 공부에만 전념할 수도 있습니다. 곧 박사학위를 딸 때까지의 조건자체가 완전히 다릅니다. 그리고 기능인은 기능인으로 인정을 해주지요. 그럼에도 박사마치고 나면 독일을 튀려는 이들이 많습니다. 독일 사정을 모르는 한국인들에게 그런 독일인들은 아마 배은망덕한 넘들이 될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원래 이게 정상입니다. (한국을 기준으로 생각해 보면) 이것이 정상이 아니라 해도, 이미 한국과는 다른 모델이 있다는 것은 하나의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런 모델이 가능한 것이 단지 돈이 많아서 때문일까? 이미 사고방식 자체가 다른 거지요. 여하간 독일 역시 경쟁사회임은 분명하나 한국 이공인들이 가진 현실과 슬픔과 같은 꼭 필요하지 않은 그리고 사회적 문제들에서 양산된 것들을 이곳의 이공인들이 가지지 않아도 될 겁니다. 그런데 그런 열악한 현실과 슬픔을 가지는 것은 역사, 사회적으로 규정된 것도 있지만, 보다 많은 경우, 이공인들 스스로에 의해서 만들어진 겁니다. 그리고 한국인들 스스로에 의해서요.

바꾸고 싶지들 않으세요?

"어떻게"에 대한 답은 스스로 찾아야 겠지요. 그리고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타분야들과의 비교를 통해 기죽기나 혹은 기죽이기에 의해 풀리지 않는 것은 분명합니다. 일전에 (독일에서 타분야들에 비해 훨 조건이 좋은) 이공계 출신의 어떤 또라이가 독일에서 장학금 못받고 공부하면 등신이라는 허황된 주장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그런 위화감을 조성할 것이 아니라, 아니면 거꾸로 타인의 밥그릇을 부러워 할 것이 아니라, 함께 할 수 있는 일,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물론 이것은 자기 직업에 대해 소명의식을 가지는 분들, 그리고 공존에 대한 관심을 가진 이들의 몫이고요. 특히 xxxx의 글들 속에서 이것을 경험할 수 있었는데, 그래서 너무나 긴 글이었지만, 비전공자 일자무식꾼이 저에게도 전혀 지겹지 않은 논의였습니다 ^^

긴 논의들에 감사를 드리며 (공짜로 많이 배운당 ^^;;). 모두 알차고 건강한 한 주 맞이 하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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